서울 인형체험방 위치 - seoul inhyeongcheheombang wichi

한 성인용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리얼돌 제품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리얼돌 체험방 간판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최근 경기도 용인 한 초등학교 인근에 ‘리얼돌 체험방’이 문을 열었다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자진 폐업했다. 현행법상 교육 시설 반경 200m 이내는 성인용품 판매점 등 청소년 출입·고용 불가 업소 등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논란이 됐던 지역뿐 아니라 학교가 몰려있는 전국 곳곳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인용품점으로 분류된 리얼돌 체험방은 인허가가 아닌 신고만 하는 자유업종인 탓에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 환경 보호구역 및 인근에서도 버젓이 운영 중
교육청 “리얼돌 체험방 자유업 분류… 제도권 내 조치 한계”

경기도 용인의 학교 인근에 있던 리얼돌 체험방은 논란 끝에 폐업했지만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 존재하는 상황이다. 일요서울은 전국 리얼돌 체험방 업체들이 소개된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대부분 업체는 야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자세를 취한 리얼돌의 사진과 문구를 걸어 놓고 온라인 홍보를 진행 중이었다. 홈페이지 상에는 업체 주소가 나와 있는 곳도 있었지만 1시간 전 미리 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마친 다음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겠다는 곳이 더 많았다. 

교육환경정보시스템 GIS를 이용해 주소가 나온 업체들을 중심으로 ‘교육 환경 보호구역’ 안에 들어가 있는지 확인해봤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보호법)’은 학교 시설 반경 200m내 풍속 업소나 유흥주점 등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업체를 검색하자 학교 인근 보호구역으로 구분되는 파란색 원 안에 고등학교 2곳과 대안학교 2곳 등 4곳의 학교와 리얼돌 체험방이 함께 들어있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업체를 검색하자 학교 인근 보호구역으로 구분되는 파란색 원 안에 고등학교 2곳과 대안학교 2곳 등 4곳의 학교와 리얼돌 체험방이 함께 있다. [사진=교육환경정보시스템 GIS 캡처]

지난 21일 교육 환경 보호구역 안에 있는 서울 종로구의 리얼돌 체험방을 직접 방문해봤다. 업체가 위치한 곳은 큰 오피스텔 상가였다. 상가 건물 외벽에 ‘성인 콘텐츠 체험방’이라고 내건 간판이 눈에 띄었다. 건물 아래층은 병원과 은행, 식당, 학원 등이 모여 있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공간은 건물 위층 오피스텔이었다. ‘성인용품 판매대여업’으로 신고된 이곳은 그동안 오피스텔을 빌려 은밀히 영업해 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에서 직선거리로 118m 거리에 위치한 학교 정문까지는 성인 여자 걸음으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정문에 붙은 교육 환경 보호구역 푯말에는 ‘여기는 학생의 학습과 안전·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는 행위 및 시설을 제한하는 지역입니다’라며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를 위반한 자는 교육 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쓰여 있었다. 

학교 정문에 있는 보호구역 푯말

학교 앞을 지나던 한 주민은 “(리얼돌이) 요즘 문제가 많이 된다고 뉴스에서 나오는 걸 봤다. 학교 근처에 리얼돌 체험방이 있으면 교육적으로 당연히 안 좋지 않으냐”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주변에는 이런 시설들을 반드시 차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 교육청과 경찰이 민원을 받아 현장 조사한 결과, 해당 업체 업주는 “이곳은 체험방이 아닌 VR과 리얼돌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컨설팅 회사”라고 주장했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돈을 받고 체험장을 운영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어 단속이 어려웠다. 교육청 측은 해당 업체는 성인용품 판매·전시 업소로 판단되지만 이는 현행법상 자유업이기 때문에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2일 일요서울이 종로구 해당 업체에 전화해 보니 업주는 “학교 인근 보호구역이라 업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리얼돌 체험방 소개 홈페이지에는 해당 업체 광고가 여전히 올라와 있다. 

- 보호구역 인접한 곳도 운영 ‘활발’

교육 환경 보호구역 바로 코앞에서도 리얼돌 체험방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시설 200m 밖은 보호구역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물리적 거리로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보호구역 바로 앞 1~2m 사이에 한 업체가 위치해 있다. 학교 정문에서 걸어서 5분 안팎의 거리다. 경기도 부천의 업체는 반경 500m 안에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수십 곳이 모인 중간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 일산과 수원, 전라도 목포 등의 업체 중에는 보호구역 선에 걸쳐진 곳도 있었다. 

학교 인근 보호구역으로 구분되는 파란색 원 안팎에 유치원, 학교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교육환경정보시스템 GIS 캡처]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보호구역인 직선거리 200m에서 1m라도 넘어가게 되면 법령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관리가 어렵다”며 “업주들이 그걸 알고 201m, 202m 등 보호구역과 인접한 곳에서 운영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권에서는 제재가 쉽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최근 용인시 사건처럼 주민들의 신고가 없다면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에 허가권을 주기만 해도 관리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리얼돌 체험방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유흥주점 등 허가가 필요한 업종과 달리 세무서에 신고 후 사업자 등록만 하면 바로 영업할 수 있다. 그는 “세무서에서는 지역 교육청에 이를 알려 줄 의무도 없고 교육청도 주기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 인형 이용한 영업 ‘금지’ 법안 나와

지난 19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교육 시설 주변에 성 기구·성인용 인형을 이용한 영업 행위를 금지하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행법상 교육 환경 보호구역에서는 청소년 유해업소 등의 행위나 시설을 금지하고 있고, 고시로도 리얼돌 이용 영업장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리얼돌 체험방이 자유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학교 등 교육 시설 주변에 난립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봤다. 

김용판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의 초점은 청소년 유해업소의 구분을 타 법령에 따라 인·허가나 등록·신고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영업 행위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성 기구·성인용 인형 등을 이용한 인간의 형상을 묘사하는 행위 등 영업 행위의 기준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이라며 “리얼돌 체험방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청소년 유해업소인데 이처럼 앞으로 새롭게 생겨날 유해업소 등에 대한 문제를 방지하고자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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