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 브 트릴로지 - gaga beu teulilloji

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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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전설1 광고가 실린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월호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영웅전설 시리즈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1~2편을 포함하는 이셀하사, 3~5편 트릴로지인 가가브, 그리고 현재까지 총 9편이 나오며 현재진행형인 궤적 시리즈죠. 그 중 국내 올드 게이머들에게 가장 유명한 작품은 가가브 트릴로지 가 아닐까 합니다. 궤적 시리즈 역시 나름 탄탄한 세계관과 팬층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한동안 한국어판이 발매되지 않았던 시기가 있거든요.

게임메카 기자들 사이에서도 '영웅전설은 가가브까지!'라는 의견과 '궤적 시리즈의 매력을 모르는 당신은 불쌍해요!'라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90년대 게임잡지에 실린 이셀하사와 가가브 트릴로지 5작품 광고를 살펴보겠습니다. 궤적 시리즈 광고를 다루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그 시절 궤적 시리즈가 국내 정식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이니 오해 없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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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슬레이어' 표기가 붙어 있던 영웅전설 1

첫 번째는 제우미디어 게임챔프 1996년 1월호에 실린 영웅전설 1 광고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에서 분리 독립한 지 얼마 안 돼서, 일본이나 서양에서는 여전히 드래곤 슬레이어 취급을 받기도 했죠. 광고 1면에 쓰여진 '드래곤 슬레이어 영웅전설'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듯 말이죠. 다만, 국내는 일본에 비해 6년, 북미에 비해서도 4년이 지난 후 출시됐기에 영웅전설이라는 시리즈가 완벽히 정립된 상태였습니다. 이미 일본에선 영웅전설 4 발매를 앞두고 있던 시기였으니까요.

당시 광고를 보면 주인공인 세리오스와 디나를 비롯해 게일, 소니아, 로우, 류난 등 동료들이 나옵니다. 반갑다면 꽤나 반가운 얼굴들이죠. 용량이 3.5인치 디스켓 3장이라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당시 디스켓 1장이 1.44MB였으니 전체 용량은 4.3MB 정도였습니다. 2020년작 RPG인 발더스 게이트 3 앞서 해보기 버전이 저장 용량 150GB를 요구하니, 약 24년 만에 RPG 설치용량이 3만 배 넘게 상승했네요. 출시연도로 정확히 따지면 30년만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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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셀하사 편 마무리를 장식한 영웅전설 2

두 번째 광고는 1편으로부터 7개월 후, 1996년 8월호 잡지에 실렸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에선 영웅전설 시리즈가 꽤 많이 출시된 터라, 첫 소개가 조금 늦은 한국에선 꽤 빠르게 시리즈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세리오스와 디나 사이에서 태어난 아트라스가 메인에 서 있고, 그 외에 란도, 플로라, 신디 등 주인공 일행이 보입니다. 전작에 비해 광고 지면이 조금 줄어들었는데, 아무래도 영웅전설이라는 브랜드만으로도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광고에서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단어가 없어짐과 동시에 전작과의 연계성을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전작의 친숙한 캐릭터들이 나타난다는 점과 '전편에서 활약한 영웅들의 후손'이라는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듯 말이죠. 그 외에 몬스터, 인공지능, 주문 시스템 등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저장 매체 역시 플로피 디스크에서 CD롬으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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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브 트릴로지 첫 작품, 영웅전설 3 하얀마녀

그리고 6개월 후, 가가브 트릴로지의 첫 작품인 영웅전설 3 하얀마녀가 국내 발매됐습니다. PC챔프 1997년 2월호 광고에는 영웅전설 시리즈를 상징하는 두 주인공인 크리스와 쥬리오가 보입니다. 게임에 대한 소개도 간략하게 나와 있는데요, '전 9장으로 구성되며, 서장과 1장만으로도 영웅전설 2를 능가하는 데이터량', '세련된 시나리오와 풍부한 이벤트' 등이 보이네요.

이번 작품부터 무슨 왕국이니 왕자니 하는 드래곤 슬레이어 시리즈의 흔적을 100% 벗어나, 영웅전설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전작들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판타지적 세계관에 기반하고 있어 큰 위화감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캐릭터성은 한층 강화되어, 이 때부터 본격적인 영웅전설 팬들이 무수히 생기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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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가 없으므로 공략글로 대체하는 영웅전설 4 주홍물방울

아쉽게도 영웅전설 4 주홍물방울 광고는 찾지 못했습니다. 대신 PC챔프 1997년 9월호 게임 공략 표지를 소개합니다. 게임 메인 이미지가 뒷편에 보이는데, 주인공 어빈을 중심으로 여동생 아이멜, 친구 마일, 조력자인 가웨인, 나름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큰 존재감이 없는 루티스 등이 보입니다. 참고로 이 멤버가 모두 갖추어진 파티는... 적어도 게임 내에 등장하진 않습니다. 스토리는 물론, 시스템적으로도 불가능한 꿈의 파티네요.

영웅전설 4는 당시 유행하던 높은 자유도를 구현해 화제를 모은 게임입니다. 주요 스토리를 따라가며 알선소 의뢰를 받아 수많은 서브 퀘스트를 수행하고, 그에 맞춰 동료를 자유자재로 영입하거나 방출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3편 이상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시리즈 최고 명작으로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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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브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인 영웅전설 5 바다의 함가

마지막 광고는 PC파워진 2000년 7월호에 실린 영웅전설 5 바다의 함가입니다. 앞서 게임들이 2년 6개월 사이에 줄지어 출시된 데 반해, 영웅전설 5는 꽤 간극이 있죠. 사실 이전까지의 출시 간격은 영웅전설 시리즈가 국내 소개된 시기가 상당히 늦다 보니 발생한 특이사항인데요, 5편에 와서 비로소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발매되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역시 광고에는 게임 주인공 3인방인 폴트, 우나, 맥베인이 보입니다. 폴트와 우나는 얼핏 3편의 두 주인공 크리스와 쥬리오처럼 보이는데요, 캐릭터성이나 둘 사이 관계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대외적인 인기는 크리스&쥬리오가 훨씬 높은 것 같네요. 2면에는 일반판/한정판 구성품과 함께 '음악여행'이라는 독특한 게임 특징이 소개돼 있습니다. 참고로 1~4편을 국내 발매한 만트라의 부도 이후 둘리소프트라는 곳에서 발매한 것도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JRPG 대중화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인 영웅전설 시리즈 1~5편 광고를 살펴봤습니다. 확실히 게임 하나하나가 올드 게이머들의 감성을 흔들어 놓은 대작들이었는데요, 이후 하늘의 궤적 시리즈가 국내에서 아루온을 통해 꽤나 지지부진하게 서비스되고 제로의 궤적에 다다라서는 현지화가 되지 않아 국내 팬 다수가 이탈했습니다. 최근 다시 인기가 부활하긴 했습니다만, 아직 많은 이들이 가가브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과연 모든 것이 마무리된 후, 궤적 시리즈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전부터 한번 쓰려고 생각은 했는데 계속 미루다가 짧게라도 쓰고 끝내려고 오늘 씁니다.

쓰게 된 동기는 방장님이 영웅전설 시리즈는 섬의 궤적만 해보고 별로였다고 하는 말 듣고 안타까워서;

개인적으로도 궤적 시리즈는 제가 알던 영웅전설(가가브)과 너무 달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요.

혹시나 방장님이 이 글 보고 할겜 없을때 가가브 시리즈 한번 달려주셔도 좋겠지만, 안 하시더라도

제게는 인생겜인 영웅전설(가가브 트릴로지 한정)에 대해 소개해보고 싶어서 씁니다.

가가브 전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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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가 4편의 배경인 엘 필딘, 오른쪽이 3편 배경인 티라스윌, 아래가 5편 배경인 벨트루나.

각 지형은 '가가브'라는 이름으로 대지에 새겨진 거대한 상처(협곡)로 분단되어 서로 건너갈 수 없음.

시리즈 발매 순서는 3, 4, 5 이지만 시간 순서는 4(가가브력 937년), 5(가가브력 943년), 3(가가브력 992년).

발매 순으로 플레이해도 좋고, 연대기 순으로 플레이해도 좋아요.

또한 3편과 4편은 최초발매 이후 '신 영웅전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약간의 수정을 거친 리마스터판으로 재발매.

다만 3편은 '신 영웅전설 3'이 되면서 스토리는 그대로 두고 운빨망겜이었던 전투시스템을 유저가 개입 가능하게

수정된 반면, 4편의 경우 오리지널이 호평받은 동료 선택 시스템과 자유도를 희생하고 대신 캐릭터성, 전후 시리즈와의

개연성을 높인 형태로 '신 영웅전설 4'가 발매되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을마다 알선소(서브퀘 주는곳)에서 특정 동료가 필요하거나 다른 동료로 수행 시 대사, 보상이 달라지는

등의 재미가 있어서 4편은 구버전을 선호합니다. *신 영웅전설4에는 알선소 시스템이 없음.

영웅전설 3 [하얀 마녀] op

뒷모습만으로 팔콤 여자캐릭터 인기순위에 늘 랭크되는,

3편을 해 본 아저씨들의 눈물버튼. 하얀마녀 게르드.

'약간 보라색이 감도는 은빛 머릿결은 달밤에도 아침해에 비친 억새풀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푸른색을 띈 눈동자는 샘물보다도 맑았다고 한다.'

'그녀는 미래를 아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마녀의 힘을 타고났던 것이다.

좋은 예언이 적중하면, 사람들은 그녀를 찬미했고,

나쁜 예언이 적중하면, 마녀의 저주라고 매도했다.'

3편은 과거 하얀 마녀가 티라스윌 전역을 여행했던 길을 따라 걷는 '순례여행'의 풍습을 성인식으로 하는

작은(깡촌) 마을의 쥬리오(14세)와 크리스(15세). 그리고 각 마을마다 만나고 헤어지는 동료들의 이야기입니다.

설정상 시간대가 트릴로지의 마지막이고 5편 이후 50년 가까이 시차가 있는 만큼 앞선 시간대에

등장했던 인물이 재등장할 경우 노인으로 나옵니다.

영웅전설4 [주홍 물방울] ost '친구의 미소'

4편은 오프닝이 별 임팩트가 없어서 좋아하는 트랙 하나 올림.

음반회사라는 평가답게 마을 배경음, 전투 배경음 모두 훌륭.

발두스와 오크툼이라는 두 신의 싸움과 봉인, 이후 생겨난 각 신을 섬기는 자들의 종교분쟁 때문에

어린 시절에 생이별을 하게 된 어빈과 아이멜 남매.

어빈은 17살이 되고 자신을 키워 준 할아버지가 죽자 사교의 감시를 피해 숨어살던 오두막을 나섭니다.

동생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만나는 동료들과의 여행이 주 내용인 정통 모험가 rpg에요.

그렇지만 후반부에는 신들의 굴레에 갇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던 인간들이 스스로의 길을

걷기 위한 의지를 다지는, 생각보다 심오한 주제의 내용입니다.

구버전을 플레이한다면 고정파티원을 제외하고 빈 슬롯에 각 마을에서 만나는 모험가를 고용료(친구비)를 주고

영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데(총 10명 내외, 스토리 진행에 따라 늘거나 줄음), 파티 편성의 컨셉을 잡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알쳄이 강해질수록 파티는 약해진다'는 알쳄도 있어요.

나무위키 펌 : 귀여운 외모에 반해 알쳄을 어떻게든 활용할 길을 모색하지도 말라. 이 게임은 출시된지 20년이 넘었다. 당신이 생각해볼 만한 모든 수단은 이미 강구됐었고, 실현해봤고, 실패했다. 당신이 맞이할 현실은 알쳄은 결코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 뿐이다. 바라옵건대 뉴보른에 이르렀다면 알쳄이 있는 부둣가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라.

(그러니까 우리 4편은 구버전으로 파티에 알쳄 넣고 엔딩보는 게임해요)

어빈은 처음 꼬마시절 오두막에서 몇 가지 선택지(장작패기/서가정리, 숨바꼭질/돌차기, 고기/야채, 흑마법/백마법/소환마법)

를 통해 초기 스탯이 바뀌는데, 이때부터 최종멤버를 고려해서 스탯을 고르기도 합니다.

영웅전설 5[바다의 함가] op - 신카이 마코토 (너의 이름은 감독 그 사람 맞음)

'바다의 함가'라는 서브타이틀 답게 음유시인들이 주인공인 5편. 가가브 트릴로지를 완성하는 작품.

잊혀진 환상의 멜로디를 재현했다는 전설의 작곡가 레오네의 발자취를 쫓아 여행을 떠나는

맥베인 악단(63세 노인, 14세 소년과 소녀, 늙은 개, 길에서 만난 다람쥐로 구성)이

벨트루나 전역을 돌며 연주도 하고 모험가 답게 겸사겸사 마을 사람들도 도우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에요.

4편이 상대적으로 다른 시리즈와 연관성이 옅은 반면, 3편과 5편은 연관이 짙어 발매 순으로 플레이 하고 나면

5편 엔딩을 본 후 시간대상 다음 이야기인 3편을 다시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5편 진행 중 만나게 되는 은발머리 소녀에게 말을 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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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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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配してくれて、ありがとう。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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だいじょうぶだよ。

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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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편을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전하는 듯한 말을 합니다.

제가 아는 영웅전설은 이런 게임이었어요.

설레는 순례여행 길에서 냇가에서 예쁜 돌도 줍고, 험한 산도 지나보고, 배를 처음 타보고,

마을의 어른들이 지나온 흔적도 발견하고, 무섭지만 용기도 내보고, 친구들이 생기고.

이쪽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저쪽 세계의 멸망을 두고 볼 수 없었던 하얀 마녀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니 세상을 구하게 된 이야기.

옆 마을 친구와 함께 동생을 만나기 위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모험을 떠나서,

모험가 동료들과 만나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고, 무엇이 옳은가 고민하면서

신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자신들이 정한 길을 걷고자 의지를 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

노인의 지혜와 소년의 용기와 소녀의 다정함, 동물들의 헌신이 무기인 보잘 것 없는 유랑악단이

사람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주고 모험의 과정에서 자신들 역시 예술가와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이야기.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상냥한 마음과 용기 있는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기도 하고,

언젠가 세상을 구할지도 모르는 힘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

그래서 학원물, 혈통능력자물, 연애물이 되어버린 섬의 궤적에 크게 충격을 받고 이젠 쳐다보지도 않는데요.

트수들이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는 가가브 트릴로지는 이런 게임이다 라는 정도로만 이해해 주셔도 좋아요.

어제는 방송 기다리다 잠들었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킬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을게요ㅋ 이따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