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2020.05.03) 이 글은 사실 처음 쓰는 글은 아니고 예애애애앳날에 썼던 글인데... 제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스마트에디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글이 읽기가 조금 불편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용도 보강할 겸 다시 편집을 하게 됐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욕설이 좀 많이 들어있습니다

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

유명한 기업은 저마다의 마스코트를 갖고 있습니다.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 '미쉐린 맨'부터 해서 두산 베어스의 '철웅이' 등등... 이런 마스코트들은 보통 귀엽고 친근해서 소비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만드는 편이죠.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바로 이 새끼... 아니 맥도날드의 '로날드 맥도날드'입니다. 왜... 그... 광대 공포증이라는 공포증을 아시는 분이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하여튼 사람들이 광대에 대한 거부감이 꽤 심해요... 아무튼 맥도날드는 굳이 광대를 마스코트로 하는데... 사실 이것도 좀 순화된 겁니다.

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지금은 그래도 좀 무섭게 생겨서 그렇지 유쾌함이 느껴지기는 하는 그런 모습인데... 옛날에는 '광대' 그 자체였습니다. 특히나 1971년의 모습은... 와 맥도날드에서 저 새끼를 만나면 도망치고 싶을 것 같네요...

그런데 이 녀석의 본명은 아무튼 로날드인데 도날드로 알고 계신 분이 많을 거예요. 저도 사실 이 글 쓰기 직전까지 도날드로 알고 있었어요... 왜 이놈이 도날드가 됐느냐? 그건 이놈이 일본으로 수입되면서 일본인들이 '로날드' 발음이 힘들어서 도날드가 된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또 그렇다고 해서 얘 이름이 완전히 도날드로 개명된 것은 아니고 도날드도 되고 로날드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해보면 일본 발음으로 대충 '로나루도' 정도 될 텐데 어려울만합니다.

아무튼 지금부터는 일본의 로날드 얘기를 하는 것이니 호칭을 도날드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는 몇몇 분들은 얘의 또 다른 이름을 하나 하실 거예요. 도날드도 아니고, 로날드도 아니고, 맥도날드와도 좆도 상관없는 '란란루'라는 이름으로 들어보신 분들이 좀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일단 일본 인터넷 문화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매드무비랍시고 사람 한 명 관악기로 만드는 재주가 두드러지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쪽으로 좀 재능이 있지만 아무튼 원조가 얘네인 만큼 인정해 줘야 합니다. 아무튼 이런 일본 네티즌들의 취향을 자극하는 맥도날드 광고가 올라옵니다.

'도날드의 소문'이라는 광고 시리즈에서 도날드가 진짜 '광대 그 자체'를 시전합니다! 광고 구조 자체는 도날드에 대해 떠도는 소문을 아이의 목소리가 질문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직접 답변해 주기도 합니다. 하여튼 도날드가 광고에서 애들이랑 놀아주고, 지 혼자 춤도 추고 한없이 망가집니다. 자막이 있는 영상을 구하지 못했는데 대충 에피소드 별로 해석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식으로 일본어를 배운 기간이 반년밖에 안돼서 정확하진 않습니다.

1. 00:00 ~ 00:15

줄다리기하는 장면에서 "도날드의 머리는 왜 빨간색이야?" 그 와중에 이겼습니다.

2. 00:16 ~ 00:30

"투수 등판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등판하는 투수는 '도날드 맥도날드'. 질문은 "도날드의 이름은 맥도날드인 거야?" 그 와중에 사이드암 직구가 매섭네요.

3. 00:31 ~ 00:45

축구, 농구에 능통한 모습을 보여주는 도날드. 질문도 "도날드는 스포츠에 빠진 거야?" 이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씽하고 지나가는 도날드...

4. 00:46 ~ 01:01

벤치에서 책을 읽다가 전에 읽었던 책인 것을 깨닫고 궁시렁거리는 도날드. 질문은 "도날드도 말할 수 있는 거야?" 사실 이게 모든 것의 시작... 그 후로 벤치에 너무 기대서 "어레어!"라고 단말마를 뱉으며 넘어집니다. 이 어레어를 잘 기억해두세요.

5. 01:02 ~ 01:16

앞의 광고에서 한술 더 떠서 전화까지 받는 도날드. "여보세요, 도날드입니다." 질문은 질문하는 애가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도날드도 말할 수 있는 거야?"라고 다시 물어보네요. 그 후로 전화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데하하하하핫!"하고 웃는 도날드. 이 웃음소리도 잘 기억해두세요.

6. 01:17 ~ 01:34

앞의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도날드! "물론이지! 도날드는 말하는 걸 좋아한단다! 같이 이야기하자꾸나!"라며 아빠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7. 01:35 ~ 01:50

춤 동작을 뜬금없이 짜는 도날드... "이 동작이 좋을까? 이거? 이거? 아님 이거?" 질문은 "도날드는 댄스에 빠진 거야?" 그 후로 "후! 하!"하고 구령을 넣는 도날드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 구령 소리를 기억해두세요.

8. 01:51 ~ 02:08

앞의 질문에 답하는 도날드. "도날드는 지금 댄스에 빠졌단다!" 그리고 직접 춤을 시연합니다. 이 춤 동작을 잘 기억해두세요.

9. 02:09 ~ 02:24

무슨 놀이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리듬에 맞춰서 아이들이 앞으로 뛰고... 누가 봐도 도날드의 발로 추정되는 것이 보이고... 그 후로 질문은 "도날드는 발 사이즈가 얼마나 돼?" 음... 애들이랑 있는 걸 감안해도 존나 큽니다.

10. 02:25 ~ 02:48

자기 발 사이즈를 직접 재어줍니다. 햄버거 4개 정도의 길이라고 합니다. 버거킹 롱치킨버거가 당시엔 없었나 봅니다.

11. 02:49 ~ 03: 03 만악의 근원!

사이비처럼 애들 앞에서 "란- 란- 루-!"를 하고 있고 애들은 그걸 따라 하고 있습니다! 질문은 "란란루가 뭐야?"

12. 나머지

'란란루'를 시연하는 도날드. 그리고 뒤에 친절하게 란란루가 뭔지 설명을 해주는데... 문제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ドナルドは 嬉しくなると, つい やっちゃうんだ? みんなも 一緒に やってみようよ. いくよ? ランランル-!

(도날드는 기쁠 때, 해버린단다(란란루를). 모두 함께 해보자. 간다? 란란루-!)

그런데 우리 말로 고추가 단순한 채소를 뜻할 때가 있고 그걸 뜻할 때가 있잖아요? 여기서 '동음이의어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본어로 やっ가 殺っ와 독음이 같습니다. 그런데 뜻은 엄청 차이가 납니다... 전자는 '하다', 후자는 '죽인다'입니다. 게다가 일본어로 いく(行く)도 逝く와 발음이 같은데, 여기서 전자는 그냥 '가다'이고 후자는 '저세상에 가다'라는 뜻이 되거든요... 이 언어유희를 종합하면 대충 이런 뜻이 됩니다.

도날드는 기쁠 때, 죽여버린단다? 모두들 함께 해치워보자! 저세상으로 간다? 란- 란- 루!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말로 '하다'가 그냥 행동을 가리킬 때가 있고 19금인 것을 가리킬 때가 있잖아요? 일본어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야동 좀 보셨으면 "いく(이쿠)!"라는 단말마(?)는 꽤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역하면 "가버렷!"이라지요... 크흠)

이런 어마어마한 드립 소재가 나왔으니 도날드는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 와중에 란란루의 의미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고... 이런저런 드립만 나오고 있다가 전설의 매드 무비가 하나 나옵니다. '따라 하면 사람을 세뇌시켜서 자살하게 만든다는 매드 무비'!

경고하는데 처음 보면 좀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기괴해서 살짝 무섭고, 뭔가 듣다 보면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한창 이 괴담이 우리나라에서 돌 때가 생각나네요. 교회 형이 알려줬는데 이 영상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2명이 죽었댔나? 일본에서 4명이 죽었댔나? 아무튼 무척 괴상한 영상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일까요? 일단은... 당연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 매드 무비는 딱히 세뇌를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에요. 딱히 그럴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매드 무비입니다. 뭔가 정신이 멍해지는 화려한(?) 소리들은 앞에서 제가 기억해두라고 했던 소리들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그리고 기괴하게 변하는 도날드의 모습은 단순한 만화경 효과이고요. 그리고 BGM은... 사실 이건 저번에 제가 썼던 '기그'라는 무서운 보스 몬스터에 대한 글을 보셨으면 아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냥 BGM의 정체는 깔끔하게 말해서 그냥 무서운 게임의 보스 몬스터 브금입니다. 제목이 딱히 없는데 사람들은 Pokey Means Business라는 제목을 달아주었고, 일본에서는 가칭으로 'イナクナリナサイ(사라지세요)'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위의 맥도날드 매드 무비, 제목이 잘 안 알려져 있죠? 뭐 영상 제목이 진짜로 '란란루 자살 충동'일 리는 없잖아요? 이제 영상 제목을 밝히겠습니다. 영상 제목은...

브금을 따서 그냥 'マックイキナサイ (맥도날드 가세요)'입니다...

뭐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나름 유명한 괴담이었습니다만... 그냥 개그가 바다를 건너서 진지해졌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도날드가 정말 공포스러운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이 조금 기행이 많은 나라다 보니 저런 유쾌하고 기이한 광고를 넘어서 '그냥 기이하기만한' 광고가 있습니다.

'도날드 악몽 스토커'라고도 알려진 영상. 그냥 제목대로 도날드가 스토킹하는 영상입니다... 별거 없긴 한데 철저하게 별거 없어서 좆같은 광고... 아니 이딴 걸로 햄버거를 팔아먹으려 했다고?

그리고 도날드가 그냥 아예 무섭게 나오는 영상도 있습니다. 광고는 아니고 그냥 만든 단편영화 같은 느낌인데 제목은 무려 "Happy meal(해피 밀)"... 내용을 대충 요약하자면 도날드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해서 도망가는 내용? 하여튼 그렇습니다...

아무튼 도날드는 딱히 공포스러운 존재는 아니지만 공포스러워지자면 한없이 공포스러워질 수 있다... 그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빅맥 근황. 와퍼 '주니어'랑 삐까뜨는 모습.

사실 도날드보다 무서운 것은 반도에서 맥도날드가 많이 창렬화됐다는 것이죠... 대표 이사가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빅맥이 예전보다 덜 든든한 것은 사실이고 죽었다 살아난 맥치킨은 옛날의 그 맛이 아닙니다.

란란 루 플랑 도르 - lanlan lu peullang doleu

그래도 요즘엔 대표 이사가 바뀌어서 좋은 변화가 있다고 합니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에서 한국 대표까지 올라온 신화의 사나이라는데... 암튼 확실히 빵은 맛있게 변했더라고요. 사실 빵 말고 뭐가 변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차차 나아지기를, 그리고 옛날의 맥도날드의 위상을 되찾기를 기대해봅니다.

한편 란란루 괴담은 한참 전에 시들시들해졌지만 심영이 아직까지도 유튜브에서 구르고 있듯이(...) 도날드도 영상으로 오래오래 살고 있습니다.

원본보다 더 무서운(...) 브베 란란루.

와 이거 존나 무섭네

학교에 간 도날드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도날드 매드 무비를 보며 웃었던 추억이 많아서 저도 재밌게 썼던 것 같네요. 유튜브에 란란루를 검색하면 재밌는 게 많이 나오니 찾아보세요!

아 그리고 도날드랑 썬더 일레븐 축구팀이랑 축구하는게 진짜 웃긴데 영상이 유튜브에서 안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