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러너 앤서니 보데인 에 대하여 - lodeu leoneo aenseoni bodein e daehayeo

로드 러너 앤서니 보데인 에 대하여 - lodeu leoneo aenseoni bodein e daehayeo
지난 2014년 에미 어워즈(Emmy Awards)에서 수상한 앤서니 보데인 모습. (사진=셔터스톡).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개봉한 스타 셰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AI윤리 문제에 휘말렸다. 2018년 프랑스 소재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이 주인공인 ‘로드러너(Road Runner)’가 그것.

앤서니 보데인은 뉴욕 출신의 미국을 대표하는 셰프였다. 본업 외에도 오랫동안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케이블 채널에서 세계 음식을 알리는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2013년부터 61세로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CNN의 간판 음식 기행 방송 ‘파츠 언노운(Parts Unknown)’을 통해 그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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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앤서니 보데인이 프랑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가 수석 셰프로 있던 맨해튼 소재 Brassie Les Halles 레스토랑 앞에 많은 추모객들이 찾았다. (사진=셔터스톡).

거침없는 언행으로 기존 음식 방송과 차별화를 두며 ‘쿨한 이미지’로 인식되던 그였기에 자살 소식은 당시 미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번에 로드러너를 제작한 모건 네빌(Morgan Neville) 감독은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인들과 자유로이 대화하는 모습들을 통해 대중이 몰랐던 보데인 본인의 생각이나 고민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큐멘터리 끝부분이다. 보데인 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인 데이비드 최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이메일 첫 부분은 최가 읽는다. 그 위로 점점 “지금 내 삶은 망가지고 있어. 너도 성공했고 나도 성공했지. 하지만 궁금해. 넌 행복하니?”라는 문장 전체를 보데인이 읽는다.

가장 사적인 대화가 오가는 이메일에 보데인의 목소리가 존재할 리 없었다. 네빌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15일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AI로 그의 목소리를 창조해냈다”고 밝혔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 의뢰해 딥페이크 기술을 응용해 TV·라디오·팟캐스트 등에서 보데인의 목소리를 추출, 이 문장을 완성한 것.

지난 6월 공개된 로드러너 공식 트레일러. 1분 30초 즈음에 앤서니 보데인의 목소리를 흉내낸 딥페이크 기술이 이메일을 읽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출처=Focus Features 공식 유튜브 채널).

네빌 감독은 “이메일은 보데인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로, 그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관객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생생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미망인 오타비아와 저작권 관리자들에게도 사전에 알렸고, 그들은 ‘앤서니가 살아서 이걸 본다면 쿨하게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개봉 후 이를 반박하거나 비난하는 트위터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보데인의 부인 오타비아 보데인은 16일 네빌 감독의 이러한 내용을 공식 게재한 ‘버라이어티’ 계정에 “나는 절대 토니(앤서니)가 쿨하게 넘겼을 거라고 말한 적 없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로드러너 제작사인 포커스 피처스 측은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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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보데인 부인 오타비아 앤서니의 트위터 답글. (캡처=박혜섭 기자).​

워싱턴 포스트의 데이비드 위글 기자도 뉴요커의 인터뷰를 캡처해 표시하며 “(알려줘서) 고맙다. 난 혐오한다”고 비꼬았다. 위글은 “일반 문서를 배우에게 표현하라는 차원이 아니지 않은가. 너무나 이상하고 싫다”고 이어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린제이 베이어스타인도 거들었다. 베이어스타인은 “영화 속 보데인 목소리 대부분이 실제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AI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장면 존재에 대해 관객에게 사전에 알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제작자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떳떳하게 밝힐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경우 ‘대중 기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달 전 예고편에도 나온 음성이지만 대중은 AI로 만들어낸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 때문에 개봉 직전에야 그 사실을 알린 네빌 감독을 비난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한 트위터리안이 윤리가 뒷전이 된 행태에 대해 “괴상하다(그로테스크하다)”고 트윗을 올리자 3300여명이 공감하며 리트윗 했다.

네빌 감독은 “보데인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만의 아픔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가감없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봉 후 그의 바람과 달리 AI 기술 활용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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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러너: 앤서니 보데인에 대하여

로드러너: 앤서니 보데인에 대하여

Roadrunner: A Film About Anthony Bourdain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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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분
  • #미국
  • #청소년관람불가
  • #다큐멘터리
  • #2021.07.16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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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정보

요리계의 아이콘 앤서니 보데인의 삶을 연대기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존재감 충만했던 그의 개성과 모험심을 조명한다.


감독/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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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 네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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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보데인


키노라이츠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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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영화평론가

3달 전

·3.5

자유와 안정은 언제나 줄다리기를 한다 공허라는 외로움의 다리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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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보데인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음식을 먹고 이를 CNN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었으나 고독했다. 포커스 피쳐스 제공

1년에 250일 정도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다. 딱히 부럽지 않은 인생이다. 하지만 세계 각지 별미를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는 게 일이라면. 그 일로 돈과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게 됐다면 누구나 부러워하고 시기할 만하다. 미국 유명 요리사였던 앤서니 보데인(1956~2018)은 만인의 질투를 부를 만한 삶을 살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하나로 보였던 그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버렸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①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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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보데인은 어디서든 누구든 만나 음식을 먹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는 베트남에서 쌀국수를 함께 즐겼고, 대지진 이후 아이티를 찾아 음식 기행을 남기기도 했다. 포커스 피쳐스 제공

보데인은 미국 뉴욕 한 레스토랑의 요리사였다. 어려서부터 음식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했던 그는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요리학교를 나와 레스토랑에서 일했다. 1995년 마흔을 눈앞에 두고 삶이 급변했다. 일본 도쿄로 출장을 갔던 그는 여러 감상을 담은 글을 친구에게 이메일로 전했다. 친구는 출판업자인 아내에게 보데인의 글재주를 보여줬다. 친구의 아내는 보데인과 요리 관련 책을 기획한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한 ‘키친 컨피덴셜’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보데인은 명사로 급부상한다.

보데인은 두 번째 책을 기획한다. 요리사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의외의 음식과 마주하는 내용을 담으려 한다. 상품성 있다 생각한 방송 제작자들이 따라붙는다. 도전적인 보데인은 해외 여행 경험은 일천하고 외국 음식에 대한 지식은 적으나 촬영에 동의한다. 보데인은 우여곡절 끝에 방송계에서 더욱 빛나는 별이 된다.

②화려했으나 공허했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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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보데인 주변에는 지인이 많았으나 그는 잦은 출장으로 외로움에 시달렸다. 포커스 피쳐스 제공

보데인의 활동 범위는 넓어진다. 누구나 가볼 만한 여행지를 넘어서 오지까지 탐방한다. 태국에서 맥박 뛰는 코브라 심장을 생으로 먹기도 하고, 사막으로 출장을 떠나기도 한다. 일에 중독된 보데인은 업무에서 쉬 헤어나오지 못한다. 출장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장 잔고는 급증하고 지명도는 높아지나 가족과는 소원해진다. 예정된 순서처럼 파경이 그를 기다린다.

음식과 장소에 대한 보데인의 호기심은 멈출 줄 모른다. 보데인은 일하다 우연히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며 아기를 낳아 새삼 안정을 찾는다. 하지만 일은 그의 삶을 다시 잠식한다.

③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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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로드러너: 앤서니 보데인에 대하여'는 요리사 출신 유명 방송인 앤서니 보데인의 삶을 돌아본다. 포커스 피쳐스 제공

보데인은 관광지만 찾아 나서지 않았다. 이스라엘 공군이 공습 중이던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도했고,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에서 음식을 둘러싼 아귀다툼과 마주하기도 했다. 그는 일을 즐겼으나 일은 매번 즐겁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지독한 외로움에 잠식 당했다. 길거리에서 자기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돈 걱정 없이 세상을 주유하는 삶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으나 그의 영혼은 점점 빈한해졌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외로움을 부채질했다. 유명 영화배우와 사랑에 빠져 외로움을 견뎌내려 했으나 그의 죽음을 재촉하는 방아쇠가 됐다.

※뷰+포인트

보데인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담배 피우며 글쓰기였다.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을 사랑하고 영화를 좋아했던 그는 미식가들 사이에서나 이름이 가끔 오르내릴 평범한 요리사에 불과했다. 자신은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재능으로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된 후 예상치 못한 삶을 살게 됐다. 보데인의 인생은 현대인의 일반적 삶을 대변한다.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삶은 고독하다. 약물중독까지 이겨냈던 보데인의 최후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지는 이유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1%, 관객 94%
***한국일보 권장 지수: ★★★☆ (★ 5개 만점, ☆ 반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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