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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대 ()


어두운 과거를 지닌 고독한 보디가드 크리시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소녀 피타가 유괴되자 분노의 피스톨을 꺼내 든다. 현란한 시각적 기교로 중무장한 불타는 사나이의 복수극 가 DVD로 안방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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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코트가 A.J. 퀸넬의 소설 (‘크리시 연작’의 첫 편에 해당한다)를 읽고 매료되어 영화화를 꿈꾸게 된 것은 장편 데뷔작 를 발표한 직후였다. 그러나 당시 ‘미래가 불확실한’ 초짜 감독에 불과했던 그는 결국 영화화를 가로막은 여러 장애물들을 극복하지 못한 채 이 꿈을 접어야 했다. 묘하게도 ‘인생의 아이러니’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소설 의 판권을 사들인 제작자 아논 밀챈은 1987년 토니 스코트 대신 엘리 슈라키를 감독으로 내세워 영화를 완성했다. (이 영화에서 크리시의 역을 맡은 배우는 스코트 글랜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적지 않은 원작의 팬들로부터 ‘원작의 품위를 훼손한 작품’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 시기 토니 스코트는 과 의 연이은 메가톤급 흥행으로 ‘스타 감독’이 되어 있었다. 과연 그가 80년대 중반 대신 를 연출했다면 감독으로서의 그의 인생 궤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실없는 상상이기는 하지만 재미있지 않은가?

한동안 잊혀졌던 토니 스코트의 ‘옛 프로젝트’는 2001년에 극적으로 부활하게 된다. 소설의 판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던 아논 밀챈이 토니 스코트에게 2차 영화화를 제안했고, 토니 스코트는 이를 즉각 수락했다. 주인공 크리시의 역에는 덴젤 워싱턴이 ‘일찌감치’ 내정되었고 소설의 각색은 이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각본가로 급부상한 브라이언 헬겔랜드가 맡게 되었다. - DVD에 수록된 메이킹 다큐에서는 여기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헬겔랜드가 87년 작 를 접하게 된 것은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덕분이었다. 당시 헬겔랜드가 살던 동네의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던 타란티노가 ‘볼만한 영화’로 헬겔랜드에게 추천해준 영화가 바로 87년 작 였다. 헬겔랜드는 각본 작업에 착수하기 전부터 자신이 의 감독을 맡겠다고 주장했고, 제작자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메가폰을 잡게 될 것이라고 믿기까지 했다. 우습게도 영화의 감독이 자신이 아닌 토니 스코트라는 사실을 안 시기는 이미 ‘늦은 때’였다 - 그러나 헬겔랜드의 각본 초고가 완성될 무렵 토니 스코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22년 전 영화화를 꿈꾸었을 때와는 ‘국제적 정황’이 너무나 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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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 퀸넬의 소설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밀라노의 사업가가 CIA 요원 출신의 미국인 보디가드를 기용한다) 70년대 중, 후반 이탈리아는 소설에 묘사된 대로 ‘유괴의 천국’이었지만 지금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토니 스코트는 관객이 납득할 만한 새로운 범죄 장소를 물색하였으며, 그 결과 선정된 곳이 바로 ‘멕시코시티’였다. 현재 중남미에서는 유괴가 마약과 더불어 가장 심각한 사회적 골칫거리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곳에서는 이렇듯 기승을 부리는 유괴가 단순한 ’개인범죄‘의 수준을 넘어서 거대한 ‘조직범죄’로 이미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중남미에서 유괴는 체계화된 조직 체계를 갖춘 거대한 ‘불법 사업’이라는 것. 마치 마약처럼 말이다.

토니 스코트는 이 충격적인 상황을 그대로 영화 속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영화의 분위기와 연출 방향을 소설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틀어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괴를 ‘조직범죄’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토니 스코트의 작품은 퀸넬의 소설 및 87년 영화판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플롯의 흐름과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하드코어 퀸넬 팬들은 “스코트의 는 퀸넬의 소설에서 주인공의 이름과 유괴라는 모티브만 빌린 가짜 각색작이다”라고까지 주장한다. 영화가 원작에서 얼마나 심하게 비껴나갔는지를 반증하는 주장이다. 유괴는 어떠한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 반인륜적 범죄임에 틀림없지만, 적어도 중남미에서의 유괴는 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곳의 조직적 유괴는 저개발 국가의 심각한 사회 구조의 모순과 이로 인해 자연스레 형성된 ‘살인적인’ 빈부 격차가 낳은 부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의 유괴 사건에서는 ‘결코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주목해 볼 가치가 있는’ 저소득 계층의 억눌린 감정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당신은 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니 못사는 사람들에게 좀 나눠 줘야겠다”는 ‘로빈 후드’식의 범죄 합리화로 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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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스타일만 앞세운 일차원적 액션 영화’라는 평단의 혹평에 파묻혀 빛을 보진 못했지만, 이 부분에 대한 토니 스코트의 관심은 주목해 볼만하다. 멕시코시티에 나란히 자리 잡은 ‘부자 계층’의 가옥과 ‘빈민 층’의 가옥은 영화 속에서 시각적으로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색감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전형적인 액션 영화 속의 범죄 조직 보스의 유형과는 크게 동떨어진 유괴 조직의 우두머리 ‘보이스’의 묘사에서 이 부분은 특히 두드러진다. 그의 집은 빈민촌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와 가족간의 유대감 역시 ‘대부’ 식의 전형과는 성질이 전혀 다른 것이다. 분위기와 연출 스타일 면에서 이 영화는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2002)를 자연스레 연상시키기도 한다. (토니 스코트는 는 ‘지난 10년간 자신이 본 영화 중 최고작’이라고 평했으며, 의 많은 부분이 의 영향을 직접 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물론 이러한 ‘흥미로운(?)’ 부분들은 궁극적으로는 크리시의 ‘불타는 복수극’을 위한 하위플롯에 불과하다. 의 첫 번째 주인공은 (모두의 예상대로) 바로 비쥬얼 스타일이며, 두 번째 주인공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비쥬얼 스타일에 대해서는 DVD의 화질 부분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덴젤 워싱턴을 비롯하여 크리스토퍼 월켄, 지안카를로 지아니니, 라다 미첼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뿜어내는 놀라운 연기 기량에 대해서는 세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특히 특히 피타 역을 맡은 다코타 패닝의 깜찍한 외모와 천재적 연기력은 그 자체로 DVD 구입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이 영화에서 ‘제 3의 주인공’ 역할을 하는 ‘자막’이다. 토니 스코트는 2년 전 만든 BMW 단편 에서 이 영화와 비슷한 형식으로 자막을 삽입한 바 있는데(사실 이 때의 자막은 제임스 브라운의 해괴망측한(?) 발음을 감상자가 알아듣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삽입한 것이었다) 생각 외로 자막이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위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에 그것을 전격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주요 장면의 대사를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처리하고 자막을 무더기로 삽입하기로 한 것은 할리우드의 고정 관념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전통적으로 영화 속의 자막 삽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 관객들이 자막을 읽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이 영화 속의 자막은 ‘제 3의 배우’로서의 개성 넘치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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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개봉 직후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특히 비쥬얼 스타일에 대한 상반되는 평가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만 본다면 의 촬영 및 편집 기법은 상업 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선한 것이었으나 정작 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은 여기에 대해 ‘진부하고 흔한 기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는 에서 실제 F-14 전투기를 활용한 혁신적인 공중전 연출 장면이나 에서 보여준 고밀도 촬영 기법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어두운 역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토니 스코트의 열혈 팬들은 ‘유사 스타일리스트’ 영화가 범람하는 요즘, 시각 테크닉의 장인의 역작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시각적 스타일에의 집착이 영화의 네러티브 흐름을 망쳤다’는 이 영화에 대한 혹평에 대해 전면으로 반기를 든다. 에서 토니 스코트는 크리시의 심리상태를 전례 없는 기법을 통해 훌륭하게 시각화 했으며, 이러한 현란한 비쥬얼 기법이 폭발적인 감동을 유도하는 결정적인 매개체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플롯 전개 면에서 이 영화는 마치 두 개의 전혀 다른 영화를 합친 것과 같은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소녀와 보디가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후반부는 보디가드의 무시무시한 복수극을 각각 그리고 있다. 말하자면 영화의 전반부는 통째로 후반부에 전개될 화려한 복수극에 관객이 집착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고 있는데, 상반된 두 개의 극 분위기가 분출하는 에너지의 전이가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평가 역시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볼만 했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상투적인 액션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평가를 내린 이들이 부지기수인 반면, ‘최근 공개된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라는 호평을 내린 이들도 적지 않다. 영화의 흐름 전환이 지나치게 파격적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토니 스코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토니 스코트가 ‘액션물 형식’으로 포장한 ‘인생철학’에 대한 여러분의 감상 소감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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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는 현재 활동하는 가장 역량 있는 DVD 프로듀서라 할 수 있는 찰스 드 로지리카가 제작/책임을 맡았다. 찰스 드 로지리카는 그간 스코트 프리 엔터테인먼트(Scott Free Entertainment: 리들리 스코트, 토니 스코트 형제가 운영)에서 제작/기획한 영화의 DVD 중 다수를 제작해 왔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그가 제작한 DVD라고 한다면 품질과 완성도 면에서는 ‘일단 안심’해도 된다. 더군다나 본 DVD는 최근 무시무시한 퀄리티의 타이틀을 계속 쏟아내고 있는 폭스가 출시한 작품이기 때문에 AV 퀄리티에 대한 기대도 앞설 수밖에 없다. 과연 본 DVD의 퀄리티는 어느 정도의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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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은 토니 스코트를 가리켜 ‘수십 대의 카메라가 없으면 영화를 못 찍는’ 감독이라고 비아냥거리곤 한다. 이번 의 촬영에도 정적인 장면과 역동적인 장면을 불문하고 16밀리 카메라에서부터 핸드 크랭크 카메라, 파나비전 XL 카메라 등 수십 대의 카메라가 동원되었으며, 다양한 각도에서 특성이 다른 카메라로 찍은 불균질한 수십 개의 영상들이 한 씬으로 연결되어 편집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의 시각적 스타일이 지나치게 현란하면 관객의 집중력을 분산시켜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 마련인데, 여기에 대해 토니 스코트는 정 반대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즉, 극의 상황과 정확히 맞물려 화려하게 편집된 영상은 인물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훌륭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관객을 효과적으로 극에 빠져들도록 하는 최적의 도구라는 것. 에서는 에서 토니 스코트가 마음껏 실험했던 촬영 및 편집 기교(핸드 크랭크 카메라와 리버스 스톡, 크로스 프로세스 활용)가 그대로 응용/도입되었다. 토니 스코트 자신도 광고에서 활용했던 이러한 실험적 기교를 극 영화에 그대로 도입한 것은 ‘실패를 각오한 모험’이었다고 표현 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결과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구식 핸드 크랭크 카메라가 포착한 투박한 영상은 마치 눈앞에서 살육전의 현장을 보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달하는데, 토니 스코트의 장기라 할 수 있는 다각도 촬영/편집으로 더욱 탄력을 받은 이 장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실로 가공할만한 것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남용’하다시피 자주 사용된 것은 토니 스코트 스스로 ‘회전목마’라 부르는 회전촬영이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정적인 장면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역동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든 실험적 촬영/편집 기교가 한 데 어우러져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씬이 바로 유괴범들에 의해 피타가 납치되는 장면(DVD 챕터 12)이다. 이 장면에서 심하게 요동치는 카메라는 크리시의 혼란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며, 크리시를 일상적인 배경과 분리시켜 관객이 그의 머리 속에 들어가 범행 현장을 경험하는 듯한 착각이 들도록 한다. 그러나 문제는 토니 스코트가 공들여 만든 이 모든 씬이 ‘DVD용 영상 재생’에 있어서 적지 않은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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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영상은 근래 개봉한 모든 상업 영화를 통틀어 가장 ‘불균질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극의 흐름에 따라 거친 다큐멘터리 톤과 콘트라스트가 과하게 강조된 극영화 톤이 번갈아 나타나는데, 한 시퀀스에서 조차 입자의 표현이 균일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중반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피타의 납치장면’의 경우는 핸드 크랭크 카메라로 찍은 초당 100프레임의 고밀도 슬로우 씬에서부터 초당 6프레임의 씬까지 다양한 질감의 장면들이 한 시퀀스로 혼합 편집되었는데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하는’ 밀도의 복잡한 시퀀스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리얼한 심리적 효과를 내기 위해 영상의 색감이 대단히 과장된 경향을 보이는데, 이로 인해 최근 공개된 어떤 상업 영화보다 색대비가 두드러진다. 다시 말해 의도적으로 ‘흰 부분은 더욱 희게, 검은 부분은 더욱 검게’ 처리된 영상이다. DVD로 표현하기에는 그야말로 ‘극악의 영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엄청난 제약에도 불구하고 실제 결과물은 만족스러울 정도로 훌륭하게 처리되었다. 토니 스코트가 의도한 리얼한 질감과 색감이 기대 이상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해상도 또한 높다. 거친 입자의 역동적인 장면과 같이 표현이 쉽지 않은 장면들이 모두 무난하게 처리되었으며 장면 간의 심한 질감 편차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통일감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극단적인 색대비와 불투명한 영상의 고유한 특성으로 인해 최근 잇달아 나온 레퍼런스급 타이틀들의 편안한 영상에 익숙해진 감상자들이 보기에는 적지 않은 답답함을 느낄 소지는 분명히 있다. 명암의 대비가 과장되어 어두운 부분이 묻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일상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암부의 표현력’에 문제가 있다!), 역동적인 장면에서 블러링 이펙트로 인해 배경이 뭉개지고 입자의 이동이 심하게 눈에 띠는 경우도 많다. 다큐멘터리 톤의 장면에서 돌덩이처럼 거친 입자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는 의도적인 촬영 컨셉이 낳은 결과이며 트랜스퍼 상의 결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역설적으로 영상의 표현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더욱 강조되어 보인다고까지 말할 수 있다. 본 DVD 영상은 이 모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대단한 수준의 선명도와 디테일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덴젤 워싱턴의 피부 모공 하나하나가 마치 눈앞에서 보듯 사실적으로 표현되며 다코타 패닝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뽀얀 피부 역시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푸른 하늘 빛 에서부터 검붉은 피 색, 나이트 클럽의 현란한 조명, 심지어 세단 자동차의 표면까지 다소 과장된 색감이 돋보이는 부분들이 모두 무난하게 처리되어서 영화의 ‘숙명적’ 분위기를 띠우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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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답답한 느낌으로 인해 감상자에 따라 선호도가 엇갈릴 여지가 있는 영상 쪽과 비교했을 때 본 타이틀의 음향 부분은 확실한 ‘객관적 임펙트’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누가 듣더라도 만족할만한’ 우수한 음향이다. 최근 폭스의 대작 타이틀의 경향에 따라 본 타이틀에도 768kbps의 DTS 트랙과 448kbps의 DD 5.1트랙 등 두 개의 사운드트랙이 수록되었는데 모두 강렬하고 폭발적인 음향을 들려준다. 당장 해리 그렉슨-윌리엄스의 스코어와 긴박감 넘치는 효과음이 다큐멘터리적 질감의 영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울려퍼지는 오프닝 씬에서부터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적절한 우퍼의 지원을 얻은 다양한 음향 효과가 전 채널을 통해 쏟아지는데, 그 음향의 파워만으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긴박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센터 채널을 중심으로 한 대사의 전달력도 우수하며 사뮤엘의 저택에서 울려 퍼지는 피타의 피아노 소리와 인물들의 보이스 등 공명감이 돋보여야 할 부분도 훌륭하게 처리되었다. 중반부 음향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피타의 납치 씬이다. 종소리와 피아노 소리, 차량 소음, 총소리가 스코어 및 서라운드 채널을 관통하는 음향 효과와 더불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울려퍼져 해당 장면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 한다. 그리고 이 장면 이후 이어지는 크리시의 ‘화끈한 복수’ 장면들에서는 여러분의 예상대로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폭발적인 음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총 소리와 각종 폭발음 등 ‘기대되는’ 모든 흥분의 순간들은 감상자의 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상의 특징은 폭발적이고 밀도감 넘치는 음향에 못지않게 스코어와 삽입곡의 활용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특히 린다 론스타트의 곡 ‘Blue Bayou’가 영화 초반부 피타와 크리시 사이의 유대 관계를 두텁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영화 속의 대부분의 삽입곡들이 플롯의 흐름 및 극적 분위기 창출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모두 훌륭하게 재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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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본편 디스크에는 토니 스코트의 음성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정보 집약형’ 음성해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테크니컬한 면만 나열하는 식의 딱딱한 구성은 아니니 안심하시길. 토니 스코트는 제작에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감상자가 지루하지 않도록 적절히 배합하여 아기자기하게 들려준다. 음성해설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몇 개 소개한다.

* 토니 스코트가 80년대에 의 영화화를 추진할 때 크리시 역으로 점찍은 이는 말론 브란도였다. 그러나 말론 브란도는 자신이 너무 살이 쪄서 액션 씬을 소화할 수 없다며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

* 덴젤 워싱톤은 연기 인생을 통틀어 한시도 연기 현장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배우가 딱 두 명 있다고 말했다. 그 두 명은 바로 진 해크만과 다코타 패닝이었다.

* 토니 스코트는 멕시코에서 실제로 유괴를 당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직접 듣고 그 사람들의 증언을 영화의 대사로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유괴범들의 수법을 알아내기 위해 멕시코 감옥에서 복역 중인 실제 유괴범을 만났으며, 그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영화의 유괴 장면을 구성했다. 부패 경찰이 돈을 가로채는 장면도 실화에 근거한 것이다.  

* 이번 에서 본래 피타의 아버지 사뮤엘 역으로 내정되었던 이는 알프레드 몰리나였다. ‘3십만 불’ 정도의 출연료로 그를 섭외하려 했는데 의 캐스팅 담당자가 ‘3백만 불’을 제시하며 그를 ‘닥터 옥토퍼스’ 역으로 낚아 채갔다고 한다!

본편 디스크에는 음성해설 외에 30분이 넘는 삭제 장면이 수록되어 있다. 리사와 사뮤엘의 정사 장면, 크리시가 위험에 처한 리사를 구하는 장면과 두 사람의 카섹스 장면 등 흥미진진한 장면들이 가득하므로 절대 놓치지 마시길. 토니 스코트의 음성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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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플먼트 디스크는 1시간 13분 분량의 메이킹 다큐(1.85:1 와이드스크린 애너모픽 포멧)와 피타의 납치 장면에 관한 영상물인 , 포토 갤러리, 뮤직 비디오(Kinky의 "Oye Como Va"), 극장/TV 예고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적인 면에서 결코 만족스럽다고는 볼 수 없으나, ‘로지리카의 작품’ 답게 메이킹 다큐는 완성도와 내용 등 모든 면에서 그야말로 일품이다. 참고로 본 메이킹 다큐의 구성 방식은 로지리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의 메이킹 다큐와 거의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메이킹 다큐는 20여년 만에 토니 스코트가 의 제작에 착수하기까지의 극적인 과정, 멕시코 현지의 유괴 사건 실태, 캐스팅 및 촬영 과정, 현란한 비쥬얼 스타일의 창조 과정 등을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생생한 자료 화면을 통해 조목조목 파헤치고 있다. 스텝들이 멕시코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무장 강도들의 습격을 받은 일화 등 흥미진진한 내용이 많고 구성도 훌륭하여 지루함 없이 끝까지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는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피타의 납치 씬을 만드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여러 개의 카메라 앵글로 한 장면을 포착하는 과정, 그리고 이를 한 데 합성/편집하는 과정을 토니 스코트 감독의 음성 해설과 함께 분할 화면으로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토니 스코트가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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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스의 최근 출시작답게 는 AV 퀄리티, 서플먼트의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과 같은 특급 레퍼런스 타이틀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우나 적어도 ‘준 레퍼런스급 타이틀’이라고는 말할 수 있다. 자막의 번역 상태도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2. 음향 부분에서 언급했듯, 본 타이틀의 스코어 활용은 대단히 뛰어난 편이다. 딱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리사 제라드’의 스코어를 영화 속에 삽입했다는 점이다. 문제는 토니 스코트와 그의 형 리들리 스코트가 모두 리사 제라드의 팬이라는 데 있다. 이미 리들리 스코트는 에서 리사 제라드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멋지게 활용한 바 있는데, 이 때의 임펙트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감상자가 에서 그녀의 스코어를 들으면서 난데없이 ‘검투사의 모습(?)을 떠올릴 위험이 있다는 것. 실제로 몇몇 외국 관객들이 이러한 현상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재미있는 보고가 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은 없는지?  

3. DVD에 수록된 토니 스코트의 음성 해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본 후 많은 관객들이 크리시가 범죄자의 손가락을 자르는 장면이며, 항문에 시한폭탄을 넣어 폭발시키는 장면, 느닷없이 로켓포를 준비해 발사하는 장면 등이 너무 현실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모든 장면들은 ‘실화’에 근거한 것이다. 즉, A.J. 퀸넬의 원작 소설의 모델이 된 CIA 요원이 실제로 이 모든 것을 행했다는 것. 또한 토니 스코트는 음성 해설의 종반부에 “이 영화 때문에 멕시코시티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된다. 지금의 멕시코시티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사족(?)을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본 DVD의 영화와 서플먼트를 모두 감상한 이는 십중팔구 ‘무슨 일이 있어도 멕시코는 안 간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 우스개 소리지만) 만일 이 타이틀이 멕시코시티의 관광 수입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토니 스코트는 여기에 대한 약간의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200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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