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시 - segye yumyeong si

독서 노트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중..(하인리히 하이네 / 애드거 앨런 포) / 이승하 지음 (3)

                     이승하 지음 / 문학사상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 (1797~1856)

독일의 시인.​ 유태인으로 태어난 하이네는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개종까지 했지만 조국 독일은 그에게 한 번도 관대하지 않았다. 법학을 전공,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변호사 개업을 하는 대신 문학의 세계로 나아갔다. 시집 노래의 책으로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뒤에는 혁명기 유럽의 변화를 예리하게 짚어낸 실험적 산문들을 통해 사회 비판, 정치 풍자, 문학 논쟁을 종횡무진 전개하여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결국 특파원으로 프랑스 파리로 간 그는 그곳에 눌러앉아 생의 후반기 25년을 조국을 등진 채 망명생활을 한다. 프랑스에서는 정치평론과 함께 많은 현실참여시를 쓴다. 특히 보수 반동적인 독일 상황을 통렬히 공격한 장편 정치풍자시 독일, 겨울 동화아타 트롤. 한여름 밤의 꿈이 유명하다. 파리에서 낸 세 번째 시집인 로만체로는 인간 조건에 대한 통절한 비탄과 음울한 해석들로 가득하다. 말년에는 척추경련으로 8년이나 고통 받으면서도 펜을 놓지 않았다. p143

동서고금의 시인 가운데 그 시가 가장 많이 노래로 만들어진 시인... 하이네의 시는 멘델스존 · 슈베르트 · 슈만 · 리스트 · 브람스 등 유명 작곡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의 작곡가들에 의해 약 1만 곡이나 작곡되었다. (군트 메츠너) p146

그대는 한 송이 꽃과도 같이

그토록 아리땁고 아름답고 깨끗하여라

그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픔이

마음 속으로 스며든다

두 손을 그대 머리에

놓아야 할 것만 같다 그대

그토록 아리땁고 아릅답고 아리따운 모습

간직해 달라 신에게 기도하며

-<그대는 한 송이 꽃과도 같이> 전문 (전영애 역)

2

나 왜 이리 슬픈지

정말 알 수가 없구나.

옛날의 전설 하나가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다.

바람은 차고 날은 저무는데

라인 강은 고요히 흐르고,

산마루에는 저녁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산마루엔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 하나가 놀라운 자태로 앉아

황금빛 장신구를 반짝이며,

황금빛 머리카락을 빗어 내린다.

황금 빛으로 머리를 빗으며

노래를 한 곡 부른다.

듣는 이의 가슴을 뒤흔드는

놀라운 가락의 노래를.

그 소리에 나룻배를 탄 사공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에 휩싸여,

암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위 언덕만을 올려다본다.

마침내 파도는 뱃사공과

조각배를 삼켜버렸으리라.

로렐라이의 노래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귀향>에서(김재혁 역)

참으로 아름다운 5,

모든 꽃봉오리 피어날 때,

나의 가슴 속에도

사랑이 싹텄네.

참으로 아름다운 5, 모든 새들이 노래 부를 때,나의 그리움과 아쉬움

그녀에게 고백했네.

-<참으로 아름다운 5> 전문(김광규 역)

하이네는 1844년에 신시집독일, 겨울 동화, 1847년에 아타 트롤. 한여름 밤의 꿈, 1851년에 로만체로를 간행...

낭만적인 서정시인으로부터 정치적 참여시인으로, 아름답고 환상적인 연애시의 저자로부터 대답하게 성의 해방을 추구하는 현대적 대도시의 시인으로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김수용). p163

대다수 성실한 시민들은

이 세상에서 악취를 풍기면서 일을 하는데

고관대작들은 라벤더다 용연향이다 하는

오만 가지 향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순결한 처녀들은

싸구려 비누밖에는 사용하지 못하는데

음탕한 계집들은

장미기름으로 몸을 씻고 있다

그러므로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비록 아타 트롤의 동굴에서

아라비아의 향유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해도

코를 딴 데로 돌리지 마시오

-<아타 트롤. 한여름 밤의 꿈> 8장 앞부분(김남주 역)

많이 가진 사람은 거기에다

곧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적게 가진 자는

그 적은 것마저도 빼앗길 것이다.

하지만 네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면,

, 아예 무덤 속으로 들어가라-

이 가련한 사람아, 살 권리는

무언가 가진 자들에게만 있으니까.

-로만체로<세상살이> 전문(김재혁 역)

병상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사랑의 불꽃을 피운다. 1855년에 엘리제 폰 크리니츠(일명 무슈)라는 여인이 하이네의 집에 자주 와서 충실한 비서 역할을 해주는데, 김수용은 이들의 관계에 대해 프라하 출신의 수수께끼 같은 여인 무슈와 플라토닉한 사랑에 빠짐이라고 연보에서 말하고 있다. p179

너는 내 생각의 시슬에 매어 있으니

나의 생각, 나의 신념을

너의 생각, 너의 신념으로 삼을진저

너는 나의 혼령에 붙잡혀 벗어나지 못하리라.

너의 발길이 어디에 닿은들

네 마음속에 내 영혼이 자리하여

나의 생각을 너의 생각으로 삼을진저

내 생각의 사슬에 매인 너!

-<무슈를 위하여> 부분(최상안 역)

지쳐버린 방랑자의 마지막 휴식처는

장차 어디가 될까?

남쪽 나라 야자수 아래일까?

라인 강변의 보리수 아래일까?

나는 황량한 들판 어딘가에

낯선 이의 손으로 묻히게 될까?

아니면 어느 먼 바닷가

모래사장에 잠들게 될까?

어디든 좋다! 하나님의 천국이

여기든 저기든 나를 에워싸고

밤이면 하늘의 별들이 나의

주검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주겠지.

-<어디?> 전문(최상안 역)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

미국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 조실부모하여 불행한 생을 살아가게 된 포를 구원한 것은 첫 번째가 문학이었고 두 번째가 어린 아내 버지니아 클렘이었다....

술과 도박.. 소설쓰기..하다가..

생의 후반기에는 시 쓰기에 전념, 갈가마귀 외라는 시집을 냈다. 이 시집에 실려있는 <갈가마귀>는 그에게 명성을 선사했지만 18471월에 아내가 죽자 비탄에 잠겨 술독에 빠졌고 마약까지 손을 댔다. 포의 천재성을 인정한 사람은 프랑스의 보들레르와 말라르메였으며, 그래서 포는 상징주의자들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불행의 구렁텅이 속에서 핀 사랑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애너벨 리> 3(정규웅 역)

포의 시론

...미술이 갖는 색조의 효과가 가미된 단조로운 반복의 효과, 즉 음악적 리듬의 효과를 꾀하고자 한 점에서 대단히 새로운 시론이었다...

시에 있어서 반복(refrain)은 그것이 널리 쓰일수록 더욱 충분한 진가를 발휘한다. ‘반복의 쾌감은 주로 동일성의 확인에서 비롯된다. 나는 그 효과를 다양화하고 또 그것을 고양하기 위해 음의 단조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그 단조를 깨뜨리고자 했다. 말하자면 나는 대체로 반복자체는 변화가 없도록 해놓고 이 반복의 적용의 변화에 의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효과를 끄집어내려 생각한 것이다. -<창작 철학>에서 Poe-

시는 쾌감을 주어야 하며, 음악은 시의 근본 요소이다. 울림이 뜻보다 귀하며, 교훈주의는 시의 이단이다. 시는 열정 이외의 목적을 갖지 않고, 미의 운율적 창조이다. p194

1845, <갈가마귀> 발표

언젠가 쓸쓸한 한밤중

내가 피로와 슬픔에 젖어

잊혀진 전설의, 기묘하고 신비로운

얘기책을 떠올리다가

선잠이 들어 머릴 꾸벅일 때

갑자기 들려왔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누군가 살며시

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

누가 왔나 봐.” 난 혼자 중얼거렸지.

방문을 두드리기만 하며

딴 짓은 않고.“

, 똑똑히 기억나네.

그건 음산한 겨울이었어.

타다 남은 검불 하나하나가

마루 위에 유령처럼

그림자를 새겨 놓았던-.

난 간절히 원했지.

아침이 빨리 와주기를-

나의 책에서 슬픔의 종장을- 그 슬픔은 잃어버린 레노어를 위한 것-

찾아내 빌리려 했으나

그것은 헛일이었어.

천사들이 레노어라 이름 지은

세상에 둘도 없는

찬란히 빛나던 그 소녀는

지금은 여기

영원히 이름 없이 누워 있네.

-<갈가마귀> 2(정규웅 역)

내가 덧창문을

갑자기 열어젖혔을 때,

펄럭이며 파닥이며

그곳에서 걸어 나온 건

성스러운 태고로부터 온

위엄 넘치는 갈가마귀.

조금도 경의를 표하지 않고

잠시도 멈추거나 주저치 않고

그는 공작이나 귀부인의 몸가짐으로

내 방 문설주에 걸터앉았다-

문 위에 놓인 팔라스의 흉상 위에

날아올라 걸터앉았지.

다만 그것뿐이었어.

-<갈가마귀> 7

그러나 그 갈가마귀는

평화로운 흉상 위에 외롭게 앉아

그 한마디 속에 그의 영혼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는 듯이.

그 이상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깃털 하나 펄럭이지 않고 있었네.

내가 혼잣맣하는 순간까지도

다른 친구들이 모두 날아갔었지-.

아침이 되면

저 새도 나를 버리고 떠나가리,

나의 희망들이 그렇게 날아갔듯이.“

그러자 그 새는 말했네.

이젠 끝이야.”

-<갈가마귀> 10

새를 훑어내리고 있는 등잔불빛이

마루 위에 그의 그림자를

던져주는데

마루 위에 누운 채 떠돌아다니는

나의 여혼은

그 그림자를 떠나서는

두 번 다시 들리우지 못하리라-

이젠 끝이야.”

-<갈가마귀> 마지막 부분

애드거 앨런 포- 비극에서 시작되어 비극으로 끝난 한 시인의 40년 생애였지만 이 위대한 시를 썼기에 그의 이름은 영원토록 불멸할 것이다. p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