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놈게임스토리, #normgamestory, #스토리작법, #스토리텔링, #게임시나리오,

#영웅의여정12단계, #크리스토퍼보글러, #신화영웅그리고시나리오쓰기, #조셉캠벨, #천의얼굴을가진영웅

그레마스의 행위자 모델 보다는 익숙한 것이 크리스토퍼 보글러의 '영웅의 여정 12단계'다. 스토리 작법을 공부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라이온 킹>과 <쿵푸팬더>도 이 구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3막 구조가 세분화한 형태인데, '영웅'이라는 다소 신화적인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웅이 강조되는 히어로물이나 대부분의 게임에 적용하기에 좋다.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기반으로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라는 책에서 영웅신화를 재구성했다. 내용은 거의 같다. 그러나 신화를 스토리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정리된 것이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이기 때문에 굳이 조셉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를 보면서 머리 아파할 필요는 없다. 우선 '영웅의 여정 12단계'만 알아도 충분하다.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의 여정 12단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을 알 수 있는데, 1막에 해당하는 단계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1막이 중요하며, 단계적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참고로 아래의 1, 2, 3막의 구분은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다. 영웅의 여정 12단계로 3막 구조를 이해하려면 오히려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에서는 <스타워즈>를 예시로 각각의 단계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 글에선 주로 <쿵푸팬더>로 설명하려 한다.

1. 일상세계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의 여정이 시작되는 곳은 일상이다. <쿵푸팬더>의 주인공 포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국숫집에서 일하는 평범한 팬더다. 포의 아버지는 국수 만드는 일이 포의 운명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상 세계의 모습만 본다면 포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상 세계는 앞으로 진입할 모험(미지)의 세계와 완벽하게 대비된다. 그래서 일상 세계를 위기가 없는 평화로운 세계라고 생각해도 된다. 3막 구조의 '일상 - 비일상 - 일상'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일상 세계가 파괴되는 순간 시작된다.

2. 모험에의 소명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일상에 위기가 생기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영웅은 자신이 속학 세계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해당 세계가 처한 위기와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영웅이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쿵푸팬더>에서 우그웨이 대사부는 포를 용의 전사로 지목한다. 용의 전사는 영웅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선 주인공이 영웅이며, 모험을 떠나야 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3. 소명의 거부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소명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힘으로는 세계를 구원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소명이 거부되면서 극적인 긴장감이 고조된다. <쿵푸팬더>에서 포는 자신이 감옥을 탈옥한 타이렁을 막아야 할 운명이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도망치려 한다. 이때, 영웅이 소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해진다. <쿵푸팬더>보다는 <스타워즈>의 예가 더 와닿을 것 같다. <스타워즈>에서 루크는 제국군에게 죽임을 당하는 삼촌 내외로 인해 소명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

4. 정신적 스승과의 만남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이 단계에서는 영웅의 정신적 스승이 등장해 영웅을 성장시킨다. 스승은 영웅이 모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무협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인공이 수련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쿵푸팬더>에서 시푸는 신의 눈물샘으로 포를 데려가서 단련시킨다.

5. 첫 관문의 통과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함으로써 미지의 세계에 완전히 진입하게 된다. 이때, 영웅은 관문 수호자를 만난다. 관문 수호자는 영웅 스스로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관문 수호자가 적대자일 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많다. 이 단계의 역할은 영웅이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어서 조력자가 관문 수호자가 되는 편이다. 무협물의 흔한 설정 중 하나는 자객으로 위장한 스승을 주인공이 제압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스승을 뛰어넘는 순간 스승의 역할은 불필요해지면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스타워즈>에서도 정신적 스승인 오비완 케노비는 초반에만 등장한다. <쿵푸팬더>에서 시푸는 만두로 포를 시험하고, 포는 오랜 노력 끝에 그 시험에 통과한다.

6. 시험, 협력자, 적대자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모험이 시작되면 영웅에게 새로운 도전과 시험이 끊이질 않는다. 그 과정에서 협력자와 적대자를 만난다. 쉽게 영웅이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쿵푸팬더>에서 협력자는 무적의 오인방이며, 적대자는 타이렁이다.

7. 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의 진입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가장 위험한 장소이자 여정의 핵심인 동굴 가장 깊은 곳으로 진입한다. 이때, 두 번째 주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쿵푸팬더>에서 포는 용의 문서를 얻는다. 용의 문서는 적대자인 타이렁도 탐낼 뿐만 아니라 스토리 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8. 시련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죽을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적대 세력과의 전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시련의 단계에서 영웅은 죽거나 죽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살아날 수 있다. '죽음과 재생의 단계'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죽었다 부활하기 때문에 영웅에게 신비로움을 부여하는 원천이 된다. 보통은 목숨을 건 위험이 따르는 편이다. <쿵푸팬더>에서는 타이렁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용의 문서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것이 시련의 단계다.

9. 보상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시련을 이겨낸 영웅은 보상을 얻는다. 보상은 스토리에 따라 검, 보물 영약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된다. 보상이 항상 물질적인 것은 아니다. <쿵푸팬더>에서 포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용의 문서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는다. 이후에 포는 한 단계 성장하게 된다.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가 장삼봉으로부터 태극권을 전수받는 장면도 이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무협물에는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10. 귀환의 길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아직 시련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적대자는 영웅의 귀환을 방해한다. 이 단계는 상당 부분 생략되거나 간소화되는 측면이 있다. <쿵푸팬더>에서는 타이렁과 싸움에서 패한 시푸가 위기에 빠지자 포가 시푸를 구하기 위해 등장한다. 시련을 과정을 극복하고 영웅으로 귀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11. 부활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일상 세계로 귀환하기 전에 최후이자 최고의 시련을 맞는다. 목숨을 담보로 한 대결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다시 부활한다. 시련 단계의 '죽음과 재생'의 반복이다. 이 단계를 통해 영웅은 새로운 통찰력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야만 일상 세계로 돌아올 수 있다. <쿵푸팬더>에서 포는 타이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우쉬 손가락 권법을 터득하고, 그 권법으로 타이렁을 물리친다. 우쉬 손가락 권법은 <스타워즈>의 포스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12. 영약(靈藥)을 가지고 귀환

영웅서사 12단계 - yeong-ungseosa 12dangye

영웅은 일상 세계로 귀환한다. 이때, 모험(미지)의 세계에서 영약, 보물, 교훈을 습득한 상태로 돌아온다. 신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영약이라 부르지만 영웅이 모험을 통해 얻게 되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웅이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처음 모험을 떠나기 전의 일상은 아니어서 어떤 변화가 있다. 그 변화는 영웅이 얻은 보상으로 인한 결과다. <쿵푸팬더>에서 포는 타이렁을 물리쳤기 때문에 그 세계는 다시 평화로워진다. 또 다른 변화는 포가 무적의 오인방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용의 전사'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일부에선 '영웅의 여정 12단계'와 단계의 구분이 절대적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작업한 스토리가 이 구조에 맞는지 적용해보라고도 한다. 그러나 스토리에 따라 특정 단계가 생략되거나 다른 단계가 추가되는 것이 오히려 완성도 있는 스토리가 될 수 있다. 내가 3막 구조나 그레마스의 행위자 모델을 변형해서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어떤 이론을 어떻게 적용하는 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나 분석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각각의 단계가 스토리의 맥락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만 취하면 된다.

※이미지 인용 : 『이론과 실전으로 배우는 게임 시나리오』, <쿵푸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