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 alalio myujieom jeju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 alalio myujieom jeju

현대미술 걸작 집합소,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제주 여행의 이유가 달라지고 있다. 맛있는 음식이나 자연 풍광을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닌, 미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제주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아라리오뮤지엄이 그 이유의 선두에 서 있다.

제주는 이미 예술의 섬이었다.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승효상, 도미니크 페로 등 이름만으로도 빛이 나는 건축가들의 작품이 제주의 자연 곳곳에 열매처럼 박혀 있다. 그뿐인가. 이중섭, 김영갑, 김창열, 이왈종 등 이름이 또렷한 국내 거장들의 미술관도 제주의 자랑이 된 지 오래다.

제주에 현대미술관 정착하기

좋은 콘텐츠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관광객이 반드시 찾는 것은 아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풍광 좋고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에 곧잘 묻히고 만다. 예술이 자연을 앞설 까닭도 없지만, 그렇다고 자연이 예술을 묻을 이유도 없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맛집이나 풍광 좋은 카페와 숙소를 찾는다. 제주에 인기 있는 다양한 형태의 뮤지엄이 있지만 순수 예술보다는 대다수가 어린이나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시설들이다. 제주에서 순수 미술 작품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순수 미술 작품을 미술관에 가득 채워 소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라리오뮤지엄(Arario Museum)이다.

아라리오 뮤지엄 제주 - alalio myujieom jeju

미술관 내부는 극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곳곳에 작품을 전시했다. 계단 밑에 폴 매카시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 Paul McCarthy, Dwarf Head (Blue), 2000, platinum-based silicone and wood crate

아라리오는 데이미언 허스트, 수보드 굽타 등 세계적 아티스트의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 마니아를 천안으로 불러들이며 화제를 모은 곳이다. 이후 아라리오는 서울 계동의 옛 공간 사옥을 인수해 2014년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열었다.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마크 퀸과 트레이시 에민,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먼 등 영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의 작품들과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인 지그마르 폴케, 네오 라우흐, 중국 5세대 작가들의 그림과 인도계 영국 작가인 수보드 굽타, 권오상과 강형구 같은 국내 작가 등 아라리오의 컬렉션만으로 국립미술관급 기획 전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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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과 포토리얼리즘 조각가인 듀에인 핸슨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 Andy Warhol, Marilyn Monroe (Marilyn), 1967 and Duane Hanson, Flea Market,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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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에서 씨킴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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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윈 웜의 설치 작품이 설치된 지하 1층 / Erwin Wurm_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2008-2017, acrylic, paint, and iron

이 많은 작품을 서울에만 둘 수 없었다. 애초부터 지방 소도시에서 시작한 만큼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또 다른 미술관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한 곳이 제주였다.
제주의 아라리오뮤지엄은 중문 같은 유명 관광지가 아닌 제주시 탑동과 일도동 일대의 주인 잃은 지 오래된 건물을 인수해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와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Ⅱ를 열었다.

극장 같은 미술관, 모텔 같은 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제주시 북쪽 해안 마을 탑동에 있다. 탑동(塔洞)이란 이름은 지역에 청상과부가 많아 살기(殺氣)를 없애기 위해 돌탑을 쌓고 해마다 제를 지낸 것에서 유래한다.
1980년대 들어 제주시는 수심이 낮아 간조 때가 되면 주민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고 수영을 즐기던 이 지역 공유수면을 매립해 광장을 만들고 거리를 정비했다. 덕분에 제법 많은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탑동 주변에 모여들었다. 1990년대 말에는 자연스럽게 극장도 생겼다. 아라리오뮤지엄의 전신인 탑동시네마극장이다. 2000년 초만 해도 많은 관객이 이곳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내륙에서 유행하던 대기업의 대규모 멀티플렉스 극장이 제주에도 넘어오면서 시네마극장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 2005년에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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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전시된 수보다 굽타의 설치 작품 / Subodh Gupta, Around the Corner, 2011-2013, found aluminum utensils, water pipe, tap, cement, wire, pump and water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극장에서 1km 떨어진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Ⅱ도 마찬가지였다. 모텔로 시작해 병원으로, 다시 여관으로 운영되던 동문모텔은 물자를 수송하던 선원들이 주로 머물던 숙박 업소였고, 그 일대는 주로 유흥가였다. 1990년 초까지만 해도 제주에서 가장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다. 그러다 신도심이 생기고 항공교통이 발달하면서 선박 운송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이 일대 상권도 쇠퇴했다. 동시에 환경 개선 사업이 벌어지면서 동문모텔이 자리한 산지천과 산지로 일대 역시 급격히 사람이 빠져나갔다.
아라리오 창업자인 김창일 회장은 이 지역에서 예술과 문화를 통한 도시 재생의 가능성을 보았다. 미술관과 편집숍, 레스토랑 등 다양한 매장을 조성하면 사람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 시작이 아라리오뮤지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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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의 설치 작품 / Kohei Nawa, Deer Family, 2014, Mixed media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현대미술 컬렉션

극장과 모텔을 개조하면서 제주의 들꽃 색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을 주요 컬러로 삼았다. 그래서 뮤지엄의 외관이 모두 붉은색으로 덮여 있다.
탑동시네마극장은 설치미술 작품과 조각 등 대형 작품을 전시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극장의 느낌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작품 전시를 최적화하기 위해 내부 티켓 박스와 상영관, 영사실의 일부를 효율적으로 개조한 후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5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둘러보는 편이 편하다. 전시장 곳곳에는 예전에 영화관이었다는 사실을 짐작케 하는 요소들이 있다. 창밖으로는 탑동 서부두방파제와 바다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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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킴의 개인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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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배 작가의 작품 / Inbai Kim, Deller hon Dainy, 2007, plastic, pencil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에서는 현재 <아라리오컬렉션>전과 씨킴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5층에 전시 중인 씨킴 전시명은 <I Have a Dream>. 씨킴은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작가 활동명으로 그는 꽤 오래전부터 컬렉터를 넘어 주목받는 아티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부캐인 셈인데, 컬렉터로서의 공력과 작가로서의 오랜 활동을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회화와 설치를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설 전시인 <아라리오컬렉션>전에는 미국 출신 현대 작가이자 잘 알려진 신화와 동화를 차용해 자본주의를 풍자하는 작업을 해온 현대미술의 거장 폴 매카시와 세라 루커스, 수보드 굽타와 안젤름 키퍼, 조지 시걸과 백남준, 이헌정 등 국내외 유명 작가 33명의 작품 총 53점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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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을 개조한 미술관의 외관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Ⅱ 역시 탑동시네마와 마찬가지로 건물의 역사와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모텔에서 사용하던 매트리스와 소품을 작품으로 재현하거나 객실 욕조에 작품 영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몇몇 객실은 과거를 살펴볼 수 있도록 그대로 둔 것이 눈에 띈다. 그렇게 과거의 흔적과 이야기 사이사이에 미술 작품을 전시해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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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에 전시된 조나단 메세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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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누그로호의 조형 작품 / Eko Nugroho_Let Me Belivev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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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의 작품 / Jake and Dinos Chapman, Tragic Anatomies, 1996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Ⅱ에 전시된 컬렉션 역시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의 컬렉션 못지않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앤터니 곰리,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루이스 부르주아 등 미술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누구라도 가슴이 뛸 수밖에 없는 작가 24명의 작품 79점이 전시되어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Ⅰ·Ⅱ는 9월 30일까지 휴관이라 당분간 관람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현행대로 운영한다.
갤러리가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라면,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시설이다. 한 개인의 철학과 혼신을 쏟은 열정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 현대미술관이 제주에 있다는 것은 제주를 찾을 또 다른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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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탑동로 14
전화 +82-64-720-8201
운영시간 10:00~19:00(화~일요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www.arariomuseum.org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은 9월 30일까지 휴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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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머물 곳: 롯데호텔 제주

롯데호텔 제주는 500개의 객실을 갖춘 리조트 호텔로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리조트 호텔 ‘더 팰리스 오브 더 로스트 시티’를 모델로 삼은 설계와 제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져 이국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호텔 셰프들이 엄선한 최상의 제주 현지 식자재로 요리한 140여 종의 메뉴를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더 캔버스(THE CANVAS)’에서 맛볼 수 있다. 사계절 온수풀과 헬로키티 캐릭터 룸 등 다양한 시설로 가족과 연인에게 사랑받는 호텔이다.

주소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72번길 35
전화 +82-64-731-1000
홈페이지 롯데호텔 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