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의 어머니 - baeum ui eomeoni

원제 : Mother of Learning

연재처 : fictionpress.com

작품소개 : 마법 아카데미의 학생인 조리안이 원하는 건 오직 학업을 평화롭게 끝마치는 것 뿐이다. 이제 그는 똑같은 한 달이 끝없이 반복되는 무한 루프에 빠졌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

제 1장. 좋은 아침이야 오빠

조리안은 배에서 날카로운 고통을 느끼며 갑작스럽게 눈을 떴다. 몸 전체가 경련하며 배 위에 떨어진 물체 쪽으로 구부러지자 졸음이 싹 달아나며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

“좋은 아침이야, 오빠!” 짜증날 정도로 활기찬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려왔다. “아침이야, 아침. 아침이라니까!”

조리안은 동생을 노려봤지만, 동생은 배 위에 드러누워 뻔뻔스럽게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공중에서 발을 휘저었다. 침대 위에 있는 커다란 지도를 관찰하면서 말이다. 아니, 관찰하는 척하면서라고 하는 게 맞겠다. 조리안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곁눈질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바로 이게 마법으로 문을 잠그지 않고 또 침대 주위에 알람 마법을 설치하지도 않은 대가였다.

“저리 꺼져.” 그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차분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엄마가 너 깨우랬어.” 동생이 누워있는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이런 식으로 깨우라고는 안했겠지.” 조리안이 투덜거렸다. 그는 분노를 삼키면서 침착하게 동생이 방심하기를 기다렸다. 예상대로 그가 취한 무관심한 태도에 키릴리는 불안해하는 듯했다. 키릴리가 뭔가 행동하기 직전에 조리안은 빠르게 그녀의 다리와 가슴을 붙잡고 침대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그녀는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 뒤 분노섞인 고함소리를 냈다. 조리안은 그녀가 할 어떤 폭력적인 보복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빠르게 두 발로 일어섰다.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고 코웃음 쳤다. “내가 다음에 를 깨울 때 이번 일을 꼭 기억해두겠어.”

“퍽이나 그러시겠다. 넌 언제나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데 말이야.” 그녀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조리안은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망할 악마 녀석인 건 분명해도, 그 문제만큼은 동생 말이 맞았다.

“그래서...” 그녀가 두 발로 폴짝 뛰어 일어나면서 신나게 말했다. “지금 기대돼?”

조리안은 그녀가 마치 커피를 잔뜩 마신 원숭이처럼 방 안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가끔은 동생이 가진 끝없는 에너지가 부럽기도 했다. 물론 아주 가끔이었지만.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조리안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물어봤다. 무슨 말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당연한 사실을 자꾸 질문하는 것은 동생과의 짜증나는 대화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

“아카데미에 돌아가잖아!” 동생이 그가 하는 수작을 알아채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는 더 나은 전략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법 배우는 거 말야. 혹시 마법 좀 보여줄 수 있어?”

조리안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딱딱하게 굴든 간에 키릴리는 언제나 그를 놀이친구처럼 대했다. 그래도 평소에는 그와 동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올해엔 완전히 제멋대로 굴고 있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동생을 통제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고 말이다. 어차피 하루 종일 책밖에 안 읽으면서, 라고 말하면서. 마치 맨날 놀기만 한다는 듯이... 다행히 여름방학이 끝났으므로 드디어 가족한테서 벗어날 수 있었다.

“키리, 난 짐 싸야 돼. 나 대신 포토브랑 노는 게 어때?”

그녀는 잠시 동안 기분 나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지만,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더니 빠르게 방에서 뛰쳐나갔다. 조리안의 눈이 커졌다. 무슨 짓을 할 작정인지 너무 늦게 깨닫고 말았다.

“안 돼!” 그가 동생을 뒤따라가며 소리쳤지만, 이미 눈앞에서 화장실 문이 닫힌 뒤였다. 그는 좌절감을 느끼며 문을 두드렸다. “망할, 키리! 너 원래 내가 일어나기 전에 화장실에 갔었잖아!”

“그것 참 안타깝네.” 라는 소리만 들려왔다.

몇 가지 욕설을 문에다 쏘아준 후에 조리안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 안으로 돌아갔다. 동생은 그를 엿먹이기 위해서라면 영원히 거기 있을 게 분명하다고 확신하면서.

빠르게 파자마를 갈아입고 안경을 쓴 후 조리안은 방 안을 잠시 둘러봤다. 그리고 키릴리가 자신을 깨우기 전에 방 안의 물건을 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동생은 (타인의)프라이버시라는 개념에 대해 아주 모호한 인식을 갖고 있었으니까.

짐을 꾸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사실 애초에 짐을 푼 적도 없었다. 어머니가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일주일 전에 이미 시오리아에 돌아가 있었을 것이다. 학용품을 챙기던 와중에 그는 교과서 몇권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짜증을 냈다. 위치추적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물건들의 위치를 알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 키릴리는 물건들을 자기 방에 가져가는 버릇이 있었다. 조리안이 그 염병할 손가락을 책에서 치우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몸을 굽혀서 필기구도 체크해본 결과, 그것들 역시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상 이랬다. 집에 올 때마다 키릴리는 그의 학용품을 약탈해갔다. 자기 오빠의 방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는 행위의 도덕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많은 연필과 지우개로 대체 뭘 할 생각인 걸까? 이번에 그는 특별히 동생을 염두해 두고 학용품을 몇 개 더 챙겨왔음에도 충분하지 않았다. 집에 오기 전에 지우개 한 박스를 사왔는데도 지금은 서랍에서 단 하나의 지우개도 찾을 수 없었다. 왜 키릴리가 어머니에게 그냥 책이나 연필을 사달라고 하지 않는지는 영원한 미스테리였다. 그녀는 막내였을 뿐 아니라, 유일한 딸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항상 그녀의 응석을 행복하게 받아주었다. 어머니가 동생에게 사준 인형들만 해도 책 몇권이나 연필 한 다스보다는 다섯 배나 더 비쌀텐데.

어쨌든 필기구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버린지 오래였지만 교과서만큼은 꼭 필요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는 동생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에 달린 ‘출입 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하면서. 그리고 순식간에 잃어버린 책들을 찾아냈다. 책들은 평소와 같은 장소, 즉 침대 아래 교묘히 숨겨진 곳이나, 시야에 가려진 동물 인형 뒤에 놓여 있었다.

짐을 다 싼 후 그는 뭐라도 먹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다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족들은 그가 단순히 늦잠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조리안은 늦게 일어나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란 늦게 일어남으로써 가족들이 이미 아침식사를 끝낸 후에 평화롭게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먹는 도중에 누군가가 말을 거는 것보다 그를 짜증나게 하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가장 수다스러워지는 때가 바로 식사시간이었고.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가 계단에서 채 내려오기도 전에 지적할 거리를 찾아냈다.

“너 그런 꼴을 하고 밖에 나갈 생각이니?” 그녀가 물었다.

“이게 뭐가 어때서요?” 조리안이 대답했다. 그는 평범한 갈색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또래 남자들이 시내에 나갈 때 입는 옷과 비슷한 복장이었다. 그는 별 문제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게 입고 나가면 안 되지. 사람들이 옷을 보면 뭐라고 하겠어?”

“아무 말도 안하지 않을까요?” 조리안이 반박해봤다.

“조리안, 어렵게 굴지 말거라.” 그녀가 딱딱거렸다. “우리는 이 마을의 기둥 중 하나야. 마을을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보지. 네가 그런 일들에 신경 안 쓴다는 걸 알지만, 많은 사람들은 외양을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넌 우리가 무인도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해. 세상에 너 혼자 남겨진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단 말이야. 너는 우리 가족의 일부다. 그리고 네 행동은 가족 전체의 평판에 영향을 미쳐. 난 네가 무슨 공장 노동자처럼 입고 다녀서 가족한테 망신을 주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방으로 돌아가서 적절한 옷으로 갈아입어라.”

조리안은 어머니한테서 등을 돌리기 전까지 눈을 치켜뜨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신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 일로 논쟁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인지라 더 비싼 옷으로 갈아입었다. 오늘 하루 종일 기차 안에서 보낼 걸 생각하면 무의미한 일었지만, 어머니는 그가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보자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가 무슨 동물원에 있는 동물이라도 되는 양 포즈를 취하게 한 뒤 ‘꽤 괜찮다’라고 선언했다. 부엌 쪽으로 이동하자 짜증스럽게도 어머니가 뒤를 따라왔다. 평화로운 식사는 그른 듯했다.

아버지는 고맙게도 ‘사업 여행’인지 뭔지를 하는 도중이었는지라 만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부엌에 가자 테이블에 오트밀이 놓여 있었다. 보통 그는 자기가 직접 요리해 먹는 편을 선호했지만 이번엔 어머니가 절대 그리 놔두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 오트밀은 어머니 나름의 평화의 제스쳐였다. 즉 어머니는 조리안이 싫어할 무언가를 요구할 계획이라는 뜻이었다.

“뭐라도 해주려다 보니 네가 항상 오트밀을 좋아했다는 게 떠오르더구나.” 그녀가 말했다. 조리안은 여덟 살 이후로 오트밀을 좋아해본 적 없다고 말하려다가 관뒀다. “네가 생각보다 오래 자는 바람에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말이지.”

조리안이 눈을 치켜뜨고 약간 변형된 형태의 ‘물 끓이기’ 스펠을 쓰자 오트밀은 그 즉시 적당하게 데워졌다.

그가 조용히 아침을 먹는 동안 어머니는 농작물 관련 분쟁에 대해 장광설을 펼쳤다. 그건 어머니가 원하는 주제로 다가가기 위한 일종의 준비 작업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하는 얘기를 가볍게 흘려들었다. 이건 사실 카진스키 가족의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생존 기술이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화제에 관해 아주 긴 강의를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가족의 검은 양인 조리안을 상대로는 강의가 두 배나 더 길어지곤 했으며 심지어 독백으로 빠져든 적이 더 많을 정도였다. 고맙게도 어머니는 그의 침묵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조리안은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최대한 침묵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침묵이 가족들과 어울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임을 배운 건 수 년도 더 전이었다.

조리안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어머니. 전 방금 전에 키리가 배 위로 뛰어드는 바람에 잠에서 깼고, 화장실에 가서 씻지도 못한데다가 지금은 밥먹는 중인데 어머니는 계속 들볶고만 계시잖아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당장 하시든가 아니면 식사 마칠 때까지 몇 분만 기다려 주세요.”

“걔가 또 그랬니?” 어머니가 물었다. 목소리에 즐거움이 분명하게 녹아 있었다.

조리안은 아무 말 없이 눈두덩을 문질렀다. 어머니가 보고 있지 않을 때 탁자 위의 그릇에서 사과 한 알을 슬쩍 챙겼다. 키릴리가 끊임없이 저지르는 짜증나는 행동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그걸 어머니에게 불평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가족 중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니니까.

“너무 짜증내진 마라.” 어머니가 그의 불쾌한 표정을 보고 말했다. “걘 좀 심심해서 너랑 놀려고 한 것뿐이잖니. 넌 매사에 너무 진지하다니까, 네 아빠처럼 말이야.”

“전 아버지와는 달라요!” 조리안이 큰 소리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그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걸 싫어하는 이유였다. 그는 최대한 빨리 식사를 끝내겠다는 듯이 기세 좋게 오트밀을 먹어치웠다.

“물론 다르지.” 어머니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리곤 갑자기 주제를 바꿨다. “사실 방금 생각난 거긴 한데, 네 아빠랑 데이먼을 만나러 코쓰로 갈 계획이야.”

조리안은 신랄한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입 안의 숟가락을 깨물었다. 항상 데이먼이 이렇고, 데이먼이 저렇고였다. 예전에 조리안은 왜 부모님이 사랑스러운 첫째 아들을 낳고서도 세 명의 자식을 더 낳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진짜로 형을 만나려고 다른 대륙까지 간단 말인가? 혹시 한 일 년쯤 못 보면 죽기라도 하나?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조리안이 물었다.

“오랫동안 머물 거라서. 한 육 개월 정도 있을 거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드는 시간이긴 하지만. 물론 너랑 포토브는 아카데미에서 지내겠지만 난 키릴리가 걱정되는구나. 걘 아홉 살밖에 안됐고 우리랑 같이 다니는 건 불편할 것 같거든.”

조리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마침내 어머니가 뭘 원하는 건지 알아차렸다. 맙소사. 안 돼.

“어머니, 전 열다섯 살이에요.” 그가 항변했다.

“그래서? 네 아빠랑 나는 그 나이에 이미 결혼했단다.”

“그때랑은 달라요. 게다가 전 거의 하루 종일 아카데미에서 보낸다고요. 포토브한테 키릴리를 맡아달라고 부탁해보는 건 어때요? 형은 저보다 한 살 위고 자기 아파트까지 갖고 있잖아요.”

“포토브는 사학년이다. 걘 올해 졸업할 거라서 학업에 집중해야 돼.” 어머니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은 이미 거절했다는 거군요.” 조리안이 추측했다.

“게다가...” 어머니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이어나갔다, “포토브가 가끔은 얼마나 무책임해지는지 너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걘 여자애를 봐주는 일은 맞지가 않아.”

“그게 누구 잘못인가요?” 조리안이 조용히 불평했고, 숟가락을 큰 소리로 내려놓은 뒤 접시를 옆으로 밀어치웠다. 어쩌면 포토브가 무책임한 이유는 충분히 오랫동안 멍청한 짓을 하면 부모님이 자신의 책임을 조리안한테 떠넘긴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지도. 왜 항상 저 작은 악동을 상대해야 하는 건 조리안인가? 음, 이번만큼은 그 짐을 떠맡지 않을 것이다! 포토브도 키릴리를 안 맡으려고 변명거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데 자신이 못 할 이유가 없지!

게다가 저 작은 수다쟁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자기가 본 모든 것들을 어머니한테 생각 없이 떠벌리고 다닐 것이다. 집에서 먼 학교에 다니는 최대 장점은 가족들 몰래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그 장점을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정말로, 이건 어머니가 그를 감시하기 위한 술책이 분명했. 가족의 긍지나 적절한 매너 같은 것들을 더 가르치기 위한 술책 말이다.

“저도 여자애를 보는 일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조리안이 좀 더 큰 소리로 이어 말했다. “어머니는 몇 분 전만 해도 제가 가족을 망신시킨다고 하셨잖아요. 정말로 키리가 제 무관심한 태도에 오염되는 걸 원하세요?”

“난 그런-”

“못해요!” 조리안이 소리쳤다.

“아, 그럼 맘대로 해라.” 그녀가 포기하며 말했다. “근데 진짜야. 그런 제안을-”

“무슨 얘기를 하고 계신 거예요?” 키릴리가 조리안 뒤에서 소리쳤다.

“네가 얼마나 버릇없는 녀석인지 토론하고 있었지.” 조리안이 즉시 받아쳤다.

“거짓말 하지 마!”

조리안은 눈을 치켜뜨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에 가려고 움직이는 중에 화난 표정의 동생이 그를 가로막았다. 정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제가 갈게요!” 조리안이 빠르게 말했다. 어머니는 둘 중 한명이 가서 문을 열라고 시키겠지만 키릴리는 제자리에서 비키지 않을테니까. 동생은 마음만 먹으면 엄청 고집 세게 굴 수 있었다.

조리안이 문을 열자 비싸 보이는 카키색 옷을 입고 손에는 두꺼운 책을 들고 안경을 쓴 여성이 보였다.

여성은 평가하는 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 뒤 안경 위치를 조정했다. “조리안 카진스키?”

“어, 그런데요?” 이 새로운 사건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 채 그가 말했다.

“전 시오리아 왕립 아카데미 마법부에서 온 일사 질레티입니다. 자격시험 결과에 대해 의논하러 왔습니다.”

조리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카데미에서 진짜 마법사를 보냈다고!?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길래!? 어머니가 산채로 껍질을 벗길지도 몰라!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온 건 아닙니다, 카진스키씨. 아카데미는 삼학년 학생과 이런저런 일을 상담하기 위해 대표자를 보내곤 하거든요. 사실 제가 더 일찍 방문했어야 했다는 점을 고백하고 싶군요. 하지만 올해 전 조금 바빴습니다. 죄송합니다.”

조리안은 그녀를 잠시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들어가도 될까요?”

“어? 아! 무례를 용서하세요, 질레티 교수님. 들어오세요, 오세요.”

“감사합니다.” 그녀는 정중하게 받아들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와 동생을 소개받은 뒤, 일사는 둘이서만 학교 일을 논의할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봤다. 어머니가 갑작스레 마을 시장에 나가봐야 한다고 결정하며 키릴리를 데려가자 조리안은 마법사와 단 둘이 남겨졌다. 그녀는 바로 부엌 탁자에 문서들을 펼쳐놨다.

“그래, 조리안. 이미 자격시험에 통과했다는 건 알고 있겠지.”

“네, 문서를 받았으니까요. 키린에는 마탑이 없으니까 시오리아에 가서 배지를 받을 생각입니다.”

일사는 말없이 봉인된 스크롤을 그에게 건넸다. 조리안은 스크롤을 몇 초간 살펴본 뒤 문서를 읽을 수 있도록 봉인을 부수려 했다. 안타깝게도 봉인은 손으로 부수기엔 너무 딱딱했다.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열 수 없다 판단했다면 일사는 스크롤을 건네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테스트일까? 그는 특별히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으므로 이 봉인은 꽤 쉬운 종류여야 했다. 갓 인증된 마법사도 쓸 수 있는 기술이 뭐가 있을까...

아하. 이게 뭔지 깨달은 순간 하마터면 눈을 치켜뜰 뻔했다. 마나를 봉인에 흘려 넣자 봉인이 반으로 갈라졌다. 스크롤을 펼쳐보니 매우 단정한 손글씨가 적혀있었고 그 내용은 조리안을 일 서클 마법사로 인증하는 증서처럼 보였다. 일사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그가 모종의 시험에 통과했음을 확인해주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엔 굳이 배지를 가질 필요 없어. 배지는 꽤 비쌀뿐더러 상점을 열거나 마법으로 돈을 벌기 전까진 아무도 그걸 보여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누가 됐든 너한테 배지를 보여 달라고 하면 아카데미에 보고해. 그러면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

조리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가족한테서 벗어나고 싶긴 했지만, 졸업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더 나았다. 그리고 졸업은 이 년이나 남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계속해달라는 손짓을 했다.

“좋아, 그럼 다음은. 기록에 따르면 넌 이 년 동안 아카데미 기숙사에 있었어. 올해도 기숙사에서 지낼 거라 생각해도?”

조리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주머니에서 꽤 특이한 열쇠를 꺼내 건넸다. 조리안은 잠금장치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알고 있었고, 단순한 장치는 충분한 시간만 들이면 해제할 수도 있었지만 저 열쇠가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짐작하기는 어려웠다. 열쇠에는 자물쇠의 실린더에 맞물리는 ‘이빨’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으니까. 그는 등을 숙이고 마나를 열쇠 안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얇은 황금색 선이 금속 표면에 나타났다. 그는 의문섞인 시선으로 일사를 바라봤다.

“삼학년 주택은 네가 기존에 쓰던 것과 달라. 너도 아마 알겠지만, 아카데미는 일서클 인증을 받은 사람한테만 일서클 이상의 마법을 가르칠 권한이 있어. 앞으로 민감한 물질들을 다루기 때문에 높은 보안이 필요하지. 그래서 네가 다른 건물에서 지내게 되는 거야. 방문은 네 마나를 열쇠로 삼아. 그래서 문을 열려면 방금 한 것처럼 마나를 열쇠에 불어넣어야 되지.”

“아.” 조리안이 말했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자신의 마나와 다른 사람의 마나가 구분되는지 궁금해하며 손 위에서 열쇠를 돌렸다. 나중에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시오리아 마법 아카데미의 삼학년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겠지만, 네가 탈 열차가 곧 떠난다고 하니 내가 여기 직접 온 이유를 말해주지. 네 멘토와 과목 선택 말이야. 나중에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봐도 좋아.”

조리안은 그 얘길 듣자 긴장했다. 특히 ‘멘토’에 관한 얘기 때문이었다. 모든 삼학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멘토를 만난다. 멘토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표준적인 수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누가 멘토가 되느냐에 따라 학생들은 커리어를 만들거나 혹은 망칠 수도 있는지라 조리안은 신중히 멘토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상급자들에게 누가 좋고 누가 나쁜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최소한 평균보다는 나은 사람을 선택할 수 있겠지.

“그러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멘토가 누가 있죠?” 조리안이 물었다.

“흠, 사실, 아쉽게도 선택할 수 없을 것 같아.” 일사는 미안해하는 톤으로 말했다. “아까 말했듯이 여기 좀 더 빨리 왔어야 했거든. 안타깝지만 지금에 와서는 한 명 빼고는 모두 할당을 다 채워버렸어.”

조리안은 아주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럼 남은 한 명이 누구죠?”

“엑스빔 차오.”

조리안이 끙 하는 소리를 내며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모든 선생들 중에서도 엑스빔은 최악의 멘토로 정평이 나 있었다. 왜 꼭 자신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네 생각만큼 나쁘진 않아.” 일사가 그를 다독였다. “그에 관한 루머는 대부분 과장돼 있어. 엑스빔 교수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학생들이 퍼뜨린 거거든. 너 같은 재능 있고 노력하는 학생이라면 아무 문제없을 거야.”

조리안이 코웃음 쳤다. “다른 멘토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없다고 할 수 있지. 작년에는 굉장히 높은 합격률을 보여서 다른 멘토들은 최대한으로 학생 할당량을 채웠거든. 남은 학생을 떠맡을 만큼 여유가 있는 멘토는 엑스빔 교수밖에 없어.”

“맙소사, 정말 맙소사.” 조리안이 중얼거렸다. “그래요, 좋아요. 과목 선택은 어때요?”

일사는 그에게 봉인 없는 다른 스크롤을 건넸다. 스크롤에는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모든 수업 과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목록은 길었다. 매우 길었다. 실질적으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었다. 엄밀히 따졌을 때 마법과는 관련 없어 보이는 것조차도 말이다. 고등 수학이나 고전 문학, 그리고 건축학까지. 이코시안의 마법 전통은 언제나 다른 지적 영역과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었는지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과목은 다섯 개까지 선택할 수 있어. 그리고 올해엔 최소 세 개는 선택해야 하고. 지금 선택해준다면 우리 입장에서야 훨씬 편하겠지. 그러면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스케줄을 완전히 조정할 수 있거든. 목록이 많다고 너무 겁먹진 마. 수업이 너한테 안 맞더라도 첫 달이 지나면 과목을 바꿀 기회가 생기니까.”

조리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과목 중에는 수강하고 싶은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멘토 선택에서 이미 망했는지라 이것조차 망칠 순 없었다. 이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레티 교수님. 더 얘기하기 전에 잠깐 쉴 수 있을까요?”

“괜찮아.” 그녀가 말했다. “뭐 문제라도 있어?”

“그건 아니고요.” 조리안이 답했다. “제가 정말로 화장실에 가야 되거든요.”

첫인상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겠군. 키릴리는 자신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대가를 치를 것이다.

***

가족들이 키린 기차역에 들어서자 조리안이 그 뒤를 조용히 따라왔다. 포토브가 활기 넘치게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광경을 무시하면서 말이다. 그는 아는 사람이 있나 하고 주변의 군중들을 둘러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이 항상 얘기하듯이 그는 고향의 저 많은 사람들 중에 지인이 거의 없었다. 주변에 빈 의자가 있는지 살펴보던 중에 어머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뒤를 돌아보면 어머니는 말을 꺼낼텐데, 그는 어머니 입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포토브 친구들이랑 인사라도 하지 그러니, 조리안?’

왜냐면 쟤들은 미성숙한 멍청이들이니까. 포토브처럼. 그게 이유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빈 철로를 짜증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열차는 늦었다. 기다림은 별 상관없었지만, 군중 속에 머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가족들은 전혀 이해를 못하지만 조리안은 군중을 증오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무언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모여 있음은 어떤 존재감으로 현상해 그를 끊임없이 짓눌렀다. 보통은 그저 짜증스러울 뿐이었지만 간혹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현기증을 일으키고 몇 분 후에는 졸도까지 한다는 사실을 안 후로는 그를 교회에 데려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의 기차역에 모여 있는 사람 수는 그 정도로 강렬한 반응을 불러일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리안은 이곳에 오래 노출된다면 후유증이 생기리라는 것도 알았다. 열차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를 통째로 두통과 함께 보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포토브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그를 우울한 상념에서 벗어나게 했다. 형이 조리안과 같은 문제를 겪지 않는다는 건 확실했다. 포토브는 평소와 다름없이 활기차고, 사회적이고, 세상을 밝게 빛나게 하는 미소를 내뿜고 있었다. 주변에 몰려있는 사람들은 그의 매력에 빠져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포토브가 주변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흘깃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조리안처럼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포토브는 데이먼 똑같았다. 데이먼은 자신의 매력을 뒷받침해줄 능력마저 갖추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는 조소하며 머리를 흔들었다. 조리안은 어떻게 포토브가 시오리아의 마법 아카데미 같은 엘리트 기관에 입학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짐작하기론 아마 포토브를 입학시키려고 아버지가 사람들 손바닥 몇 개를 기름칠했을 것 같긴 한데. 사실 포토브는 머리가 나쁘다기 보다는 게으른데다 아무리 중요한 일일지라도 충분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쪽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론 그런 사실을 몰랐지만. 저 소년은 굉장히 매력적인데다가, 자신의 실제 역량을 양탄자 속에(비유적인 의미에서) 감추는 능력이 탁월했으니까.

아버지는 언제나 포토브와 조리안이 데이먼의 다른 반쪽을 나눠 갖고 있다는 농담을 했다. 포토브는 데이먼의 매력을 갖고, 조리안은 그의 역량을 가졌다고 말이다.

조리안은 아버지의 유머 감각을 좋아해본 적이 없었다.

열차의 기적 소리가 허공을 뚫고 들어왔다. 바퀴가 선로에 긁히며 나는 높은 음의 끼이익 소리와 함께 열차가 들어섰다. 기존의 기차는 증기 기관에 의해 돌아가는 기계였고, 대량의 석탄을 먹으며 움직일 때마다 연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기차는 새로운 마법공학 엔진에 의해 동력을 얻고, 석탄 대신 마나 수정을 원료로 사용한다. 더 깨끗하고, 싼데다, 정비의 필요성도 덜하다. 조리안은 접근하는 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를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마나를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지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항상 이런 기차의 엔진룸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기관사들에게 접근할 좋은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건 나중에 생각해볼 일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키릴리에게 작별인사를 보내고 열차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찾았다. 그는 일부러 비어있는 객실을 골랐는데, 그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역 안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지만 이 기차를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오 분 후에 기차는 귀를 찢는듯한 기적 소리와 함께 시오리아로 향하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

날카로운 치직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정차역은 코사입니다.”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치직하는 소리가 다시 났다. “반복합니다, 이번 정차역은 코사입니다. 감사합니다.”

스피커가 마지막으로 치직 소리를 낸 뒤 조용해졌다.

조리안은 짜증 섞인 긴 한숨을 내쉬고 눈을 떴다. 그는 기차를 싫어했다. 지루함, 더위, 그리고 선로를 지날 때의 리드미컬한 철컥거리는 소리는 전부 수면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잠에 들 때마다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깨기 일쑤였다. 스피커는 승객들이 목적지를 지나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그런 소릴 냈지만, 그걸 안다 해서 짜증이 덜해지진 않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봤지만 다른 기차역과 똑같은 풍경만 보였다. 사실은 이전의 다섯 정차역과 완전히 똑같이 생겼을 정도다. 큰 흰색 표지판에 파란 글씨로 ‘코사’라고 새겨진 것까지도 같았다. 기차역 설계자가 모든 역에 동일한 견본을 적용한 것 같았다. 승강장을 바라보니 많은 군중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오려고 기다리는 장면이 보였다. 코사는 중요한 물류 허브였고, 수많은 상인 가족들의 거주지였다. 그들은 자기 자녀를 시오리아의 유명한 아카데미에 보내 마법사로 만들고 또 다른 중요인사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길 희망했다. 조리안은 학생들이 이 객실에는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게 헛된 희망임을 잘 알고 있었다. 들어오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데 이 객실은 거의 비어있다고 해도 될 정도였으니까. 그는 마음을 최선을 다해 마음을 가라앉히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 객실에 처음 온 사람은 녹색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안경을 쓴 통통한 여자였다. 그녀는 형식적인 눈인사를 한 뒤 조용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리안은 이런 만족스러운 탑승객과 만난 것에 거의 황홀하기까지 했지만, 얼마 안 있어 네 명의 여성 무리가 객실로 와 남아있는 네 자리를 차지했다. 새로 온 인원들은 너무 큰 소리로 떠들고 발작적으로 웃었는지라 조리안은 다른 객실로 이동하고 싶다는 극심한 충동을 느낄 지경이었다. 그는 창밖에 끝없이 펼쳐진 풍경을 보거나 녹색 스웨터를 입은 여자와 눈을 마주쳐 다른 여자들이 내는 소음 에 느끼는 짜증을 공유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지평선에서 줄지어 선 나무들을 보자 그는 시오리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광대한 북동쪽 숲에 이정도로 근접한 도시는 단 하나 뿐인데다, 일반적으로 기차는 저 악명 높은 숲에 가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조리안은 가방을 챙기고 출구 근처에 섰다. 최대한 빨리 기차역에서 벗어나 시오리아에서 내리는 수많은 군중과 섞이는 것을 피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너무 늦게 행동했다. 내리는 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출입구 근처에 모여 있었다. 그는 가까운 창문에 몸을 기대고 기다렸다. 옆에는 세 명의 일학년 학생들이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들뜬 어조로 자신들이 어떻게 마법을 배우기 시작할 것인지 등등을 말하고 있었다. 얘들아, 너흰 실망하게 될 거야. 일학년은 죄다 이론이나 명상 수업, 그리고 어떻게 일관성 있게 개인 마나와 접속할 수 있는지를 배울 뿐이었다.

“거기 당신! 상급생이지?”

조리안은 말을 건 여자를 보고 짜증 섞인 신음을 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저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열차 속에서 보냈는데다 어머니는 일사한테 마실 것을 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끔찍한 질책을 보냈다. 지금은 그 무엇도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는 게 틀린 얘기는 아닐 거야.”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마법 좀 보여줄 수 있어?” 그녀는 열성적으로 말했다.

“아니.” 조리안이 딱 잘라 말했다. “열차엔 마나 조형을 막는 방어물(ward)이 설치돼 있어. 사람들이 열차 안에서 마법으로 싸우면서 객실을 부수거나 한다면 문제가 될 테니까.”

“아.” 여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마나 조형이라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리안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넌 마나가 뭔지 몰라?” 아무리 일학년이라 해도 마나가 뭔지는 기초 상식이었다.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마법 아닐까?” 그녀가 자신 없이 말했다.

조리안이 푸념했다. “어휴. 선생이 너한테 잘못 가르쳤나보군. 마나는 마법이 아니라 마법의 동력이야. 마법사가 마법적 효과를 일으키기 위해 빚는 에너지 혹은 동력이지.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더 배우게 될걸. 기초적인 사실은, 마나가 없으면 마법도 없다는 거지. 그리고 난 지금 어떤 마나도 사용할 수 없어.”

완전히 맞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뭐 상관없었다. 처음 본 낮선 사람에게 이런 걸 제대로 설명할 방법은 없으니까. 게다가 이건 학생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고.

“음, 그래. 귀찮게 해서 미안해.”

끼익하는 소리가 길게 들리고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열차가 시오리아 기차역에 멈췄다. 그리고 조리안은 존경 섞인 일학년들의 눈빛을 등 뒤로 느끼며 최대한 빨리 내리기 위해 사람들을 밀치고 나갔다.

시오리아 기차역은 거대했다. 폐쇄형 역인지라 기차역은 마치 거대한 터널처럼 보였다. 사실 기차역 전체는 이보다 더 크다. 왜냐면 이것과 비슷한 ‘터널’이 네 개는 더 있는데다 보조 시설까지 붙어 있으니까. 세계 전체를 통틀어도 이것과 비슷한 장소는 없고,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얼이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리안도 처음 왔을 땐 마찬가지였다. 시오리아에 들어오거나 나가는 수많은 인파들. 노동자들은 열차를 검사하거나 수화물을 싣고 있었고, 신문 배달원은 헤드라인을 소리쳐 읽고 있었으며, 노숙자들은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이 모든 건 거대한 기차역이 가져다주는, 방향을 잃은 듯한 감각을 증폭시켰다. 그가 알기로 이 막대한 인파들의 흐름은 밤에도 절대 멈추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특별히 사람이 몰리는 날이었고 말이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좀 사고 시오리아의 중앙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 분수 근처에 앉아 새로 나온 빵을 맛볼 생각이었다.

시오리아는 흥미로운 도시였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발전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이곳을 보자마자 이상하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시오리아는 위험할 정도로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야생 근처에 세워져 있는데다, 심지어 교통의 요지도 아니었다. 이 도시의 명성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서쪽에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둥근 구멍이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뻔뻔스럽게 드러난 던전 입구일 것이다. 이 던전은 9단계 마나만 존재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방대한 양의 마나는 저항할 수 없는 자력으로 마법사들을 끌어당긴다. 이곳에 거주하는 수많은 마법사들의 존재가 시오리아를 대륙 내의 다른 어떤 도시들과도 다르게 만들었다. 문화적으로도 그럴뿐더러, 더 분명하게는 도시의 구조 자체가 그랬다. 다른 도시에서라면 건설하기에 지나치게 비실용적인 건축물들이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세워지고 있었다. 그 누구라도 높은 곳에서 이 도시를 조망한다면 분명 놀라움을 느끼리라.

조리안은 계단을 내려오던 와중에 그를 쳐다보는 쥐떼를 발견하고 얼어붙었다. 쥐들의 행동 자체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 건 쥐들의 머리를 본 이후였다. 저건.. 저거 뇌가 튀어나온 거야!? 그는 숨을 크게 들이키고 뒷걸음을 밟았다. 천천히 계단에서 멀어진 뒤 뒤돌아서 최대한의 속도로 도망쳤다. 대체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한 건 절대로 평범한 쥐들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시오리가 같은 장소는 단순히 마법사들만을 끌어들이지 않았다.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마법적인 생물들 또한 이런 장소에 저항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낀다. 쥐떼가 그를 쫓아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아직 전투 스펠은 전혀 몰랐는데다, 아는 스펠 중에 그런 상황에서 쓸만한 건 ‘동물 쫓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법적 동물들한테 그게 통할지 아닐지도 확신할 수 없었고.

아직 놀람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분수로 가기로 결심하고 근처의 공원을 통해 빙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오늘의 행운은 조리안의 편이 아닌가보다. 그는 작은 소녀가 다리 바깥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달려갔다. 우는 소녀를 달래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기까지 오 분이나 걸렸다. 소녀를 계속 울게 내버려두고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리 조리안이라 해도 그 정도로 냉담하지는 않았다.

“자- 자전거가!” 그녀가 심하게 끅끅거리면서 마침내 얘기했다. “아래로 떠-떨어졌어요!” 소녀가 울먹였다.

조리안은 눈을 깜빡거리며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내려고 했다. 자기가 못 알아먹을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는지, 그녀는 다리 아래에 흐르는 개울을 손으로 가리켰다. 조리안이 다리 위로 몸을 기울여 살펴보니 확실히 아이들용 자전거가 흙탕물에 반쯤 잠겨있는 모습이 보였다.

“허. 어쩌다 저렇게 된 거야?”

“아래로 떨어졌어요!” 소녀가 똑같은 소릴 하고 또 울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괜찮아. 울 필요 없어. 내가 꺼내줄게, 알았지?” 조리안이 자전거를 보면서 말했다.

“옷이 더러워 질 거예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희망 섞인 목소리에서 어쨌든 조리안이 자전거를 꺼내주길 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걱정 마, 진흙 속으로 들어 갈 생각은 없으니까. 잘 봐.” 조리안이 말했다.

그는 몇 가지 손동작을 하고 ‘물건 띄우기’ 스펠을 시전했다. 그러자 자전거가 물속에서 솟아오르며 허공에 떠올랐다. 자전거는 평소에 연습하던 물체들보다 더 무거웠고 연습할 때보다 자전거를 더 높이 들어 올려야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자전거가 충분히 올라오자 안장을 공중에서 잡고 다리 위로 올려놨다.

“여기. 흙이 잔뜩 묻었는데 청소 스펠은 몰라서 그건 못 도와주겠네.”

“괘-괜찮아요.” 손을 놓으면 자전거가 마치 어디론가 날아갈 것처럼 꽉 붙들며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별 인사를 하고 소녀와 헤어지면서 분수에서의 휴식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날씨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었다. 검은 구름이 지평선에서부터 불길하게 몰려오며 비를 예고했다. 그는 아카데미 방향으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학생들의 행렬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기차역은 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해 있고 아카데미는 구멍 바로 옆에 있었는지라 둘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거기까지 가려면 체력이 얼마나 좋고 짐이 얼마나 무거우냐에 따라 한 시간이 걸릴 수도, 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조리안은 마른 몸과 방 안에 틀어박힌 생활방식 때문에 딱히 몸이 좋지 않았지만, 먼 거리를 감안해 일부러 짐을 가볍게 쌌었다. 그는 아직도 기차역에서 아카데미 방향으로 나오는 학생들의 행렬에 합류했다. 몇몇 일학년 학생들이 무거운 짐과 씨름하는 모습을 무시하면서. 저들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자신이 여기 처음 왔을 때도 망할 놈의 형들한테서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라는 조언을 못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학년을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것과 오늘 겹쳐온 불운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에 가까워오자 활력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구멍 주변에서 퍼져 나오는 환경 마나를 들이마시자 자전거를 들어 올리느라 소모한 마나가 채워졌다. 마법 아카데미는 이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거의 항상 마나 우물 위에 세워지곤 했다. 마나를 다 소모할 때마다 주변에서 마나를 다시 채워 넣을 수 있기에, 높은 환경 마나 레벨을 지닌 곳은 미숙한 마법사들이 스펠을 연습하기엔 최고의 공간이었다.

조리안은 주머니에 넣어 온 사과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공중으로 띄웠다. 이건 엄밀히 말하자면 스펠이 아니라 단순한 마나 조작이었다. 마법사들은 마법 컨트롤을 향상시키고 마법적 힘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마나 조형 훈련을 한다. 물건을 공중에 띄우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조리안이 이걸 완전히 마스터하기까지는 이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자신이 학업에 지나치게 몰두한다는 가족들의 지적이 가끔은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급우들은 대체로 자신보다 빈약한 마법 컨트롤을 갖고 있었음에도, 그들이 컨트롤 부족으로 받는 제약은 크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사과를 허공에 붙잡아두는 마나 구조를 해제해 손바닥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첫 번째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그는 비 보호 스펠 같은 걸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아니면 그냥 우산도 좋고. 둘 중 아무거나 상관없었다. 우산을 쓰는 데는 수년이나 걸리는 훈련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말이다.

“마법이 현실보다 더 못할 때도 있다니까.” 조리안이 우울하게 말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킨 뒤 달리기 시작했다.

***

“허, 비 보호 스펠이라는 게 진짜 있었군.” 빗방울이 바로 앞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튀기는 걸 본 조리안이 중얼거렸다. 손을 보호막 끝으로 뻗어보자 벽에 막히지 않고 통과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젖은 손을 보호막 뒤로 빼고 경계선을 살펴봤다. 그가 보기엔 보호막은 거품 형태로 아카데미 전체를 둘러싸고(건물 주위뿐 아니라 아카데미 땅 전체를 말이다) 다른 모든 건 통과시키면서 오직 비만 막아주고 있었다. 이런 건 지난 학기에 비가 내릴 땐 분명 없었는지라 아카데미에서 방어물을 업그레이드한 게 분명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 아카데미의 행정관으로 이동했다. 이미 홀딱 젖은 뒤인지라 보호막이 젖은 옷을 말려주지 않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고맙게도 가방은 방수처리가 돼 있어서 옷가지와 교과서 등은 젖을 위험이 없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그는 주변 건물들을 살폈다. 보호시설만 업그레이드 된 게 아니었다. 아카데미 전체가... 뭐라고 해야 할까, 더 예뻐졌다. 모든 건물이 페인트칠을 새로 했고, 오래 된 벽돌길은 더 알록달록하게 교체됐으며, 꽃들은 만개해 있었고, 몇 년 동안 사용되지 않던 작은 분수가 지금은 돌아가고 있었다.

“이게 다 뭔지 모르겠네.” 그가 중얼거렸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결론지었다. 중요한 거라면 늦든 빠르든 결국 알게 될테니까.

행정관은 예상대로 학생들이 가장 없는 건물이었다. 학생들 대부분은 조리안처럼 비를 맞으며 아카데미로 들어오기 보다는 비를 피할만한 건물로 대피하는 편을 택했다. 게다가 아카데미 부지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오늘은 행정관으로 올 이유가 없었고. 조리안 입장에서야 완벽한 상황이었다. 볼일을 빨리 마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빨리’는 상대적인 용어임이 밝혀졌다. 필요한 서류를 살펴보기 전에 행정관에 일하는 여자와 입씨름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렸다. 그는 수업 스케줄을 요청했지만 아직 스케줄이 완성되지 않았다며 월요일까지 기다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일사한테서 이미 들은 내용이었다. 그가 떠나기 전에 여자는 삼학년 학생이 지켜야 될 규칙이 담긴 책을 줬다. 조리안은 115호실을 찾으면서 별 생각 없이 책을 넘겨보다가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아마 다시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제공한 방은 아주 끔찍했고 조리안은 거기서 기분 나쁜 경험을 수없이 겪었지만, 미칠듯이 비싼 시오리아 부동산 값에 비하면 최소한 기숙사는 공짜이긴 했다. 심지어 귀족 자녀들도 세를 구하기보다는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을 정돈데 그가 대체 뭐라고 불평하겠는가? 게다가 교실과 가까운 곳에 살면 매일 아침마다 이동시간이 줄어드는데다 기숙사는 도시의 가장 큰 도서관과도 가까웠다. 이런 좋은 점도 있는 것이다.

한 시간 뒤에 그는 꽤 큰 방 안에 들어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화장실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되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샤워기까지 있다고! 좁은 공간에서 배려 없는 룸메이트와 지내며 한 층 전체가 공동 화장실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훌륭한 변화였다. 가구에 대해 말하자면, 방 안에는 침대와, 옷장, 서랍 세트, 책상, 그리고 의자가 있었다. 정말로 조리안이 필요했던 게 전부 있었다.

짐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조리안은 젖은 옷을 갈아입고 안도하며 침대에 누웠다. 수업이 시작되기까진 이틀이 남아있기에 짐을 푸는 건 내일로 미뤘다. 그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으면서 어째서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지 궁금해하다가 보호막을 떠올렸다.

“그 스펠을 어떻게 쓰는지 배워야겠어.” 그가 중얼거렸다.

그가 아는 스펠은 20개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단순하고 제한적인 것들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목록을 늘릴 생각이었다. 이제 일서클 인증을 받은 마법사인 그는 이전까지 갈 수 없었던 아카데미 도서관 구역에 접근이 가능했다. 그는 스펠이 실린 구역을 샅샅이 훑을 생각이었다. 게다가 삼학년은 자격시험을 통과한 학생들이기에 교수들도 전보다 더 실용적인 스펠을 가르칠 것이다. 아마 수업에서도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으리라.

긴 여행에 지친 채, 조리안은 눈을 감고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 내일 아침까지 푹 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