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원인 - hukusima wonjeon sago won-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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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운용사인 도쿄전력이 제1원전 2호기 원자로의 콘크리트 격납용기 내부 조사에서 촬영한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일부 공간에서 방사선량이 시간당 최대 530시버트(Sv)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사람이 1분간 직접 노출될 경우 즉시 사망할 수 있는 초고농도의 방사선 수치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처리되지 못한 방사능과 갈 길 먼 원자로 처분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런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도대체 무슨 사고이고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동북부 미야기 현 오시카 반도 동남쪽으로 130km 떨어진 앞바다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의 총 6기의 원자로 가운데 1, 2, 3호기는 가동 중에 있었고, 4, 5, 6호기는 점검 중에 있었다. 대지진 발생 후 1, 2, 3호기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 됐지만, 그 후 오후 3시 27분경부터 지진해일이 덮쳐 1호기부터 3호기까지의 모든 교류전원이 상실됐다. 그뿐만 아니라 지진해일의 영향으로 1호기의 원자로 중심부인 노심이 노출됐고 이는 노심 손상으로 이어졌다. 그다음 날인 3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 36분경에는 1호기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났고, 이틀 뒤에는 3호기 수소폭발, 15일에는 4호기 수소폭발과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이 발생해 방사성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대량으로 외부로 누출됐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 1원전의 사고 수준을 레벨 7로 공식 발표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만든 0~7까지의 국제원자력 사고등급(INES) 중 최고 위험 단계로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등급이다.
지진해일 이후 일본 정부는 유엔 산하의 국제원자력기구 감시단을 초대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계속되고 있는 위기를 처리할 방법과 재발 방지책을 모색했다. 다른 원전과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됐지만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위협은 항상 존재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방파제로 지진해일의 파도를 차단하며 지진 피해를 막기 위해 단단한 암반 속에 원자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안전장치로 비상 발전기도 있어서 전기가 끊겨도 계속 가동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진이 발생한 시점에 원자로는 정상적으로 자동 정지됐고 표준 절차에 따라 비상 발전기가 작동됐다.
하지만 이 모든 안전 조치도 후쿠시마 원전을 보호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원전을 설계할 때 지진해일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1~4호기를 건설했을 때 기술자들은 공장 부지의 높이를 25m나 낮춰 원전 밑에 있는 암반에 원자로 건물을 고정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지진에 의한 붕괴를 막을 수는 있었지만, 지진해일의 위협에는 취약했다. 지진해일의 위협을 막기 위해 설계자들은 원전 주변에 최대 6m에 가까운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지진해일로 인한 범람을 고려하면 파도의 높이는 14~15m에 달했고, 파도는 원자로 건물과 원전 부지를 휩쓸고 지나갔다. 지진해일용 방파제는 너무 낮았고, 이 단순한 설계 결함이 일련의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 수천 톤에 달하는 바닷물이 밀려오며 디젤 발전기 대부분이 물에 잠겼다. 디젤 발전기들은 터빈 건물 밑과 부지 내의 다른 저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광범위한 침수에 매우 취약했다. 지진으로 인해 모든 외부 전력이 끊겼고, 비상용 디젤발전기, 배터리마저 지진 해일에 의해 전원이 끊겼다. 이 때문에 기술자들은 대형 원자로 격납용기에서 발생한 엄청난 열을 제어하지 못했다.
격납용기 내부, 원자로 깊은 곳에서는 핵반응이 열을 생성하고 이때 발생한 증기가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만든다. 동시에 과열을 막기 위해 냉각수를 공급해준다. 하지만 전기가 끊기면 원자로의 과열을 막아주는 냉각수를 흘려보내지 못하고 원자로에서는 핵반응이 계속되면서 열을 내뿜는다. 결국, 원자로 안의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해 현상이 일어났고 녹아내린 연료봉에서 엄청난 방사능이 방출됐다.
그뿐만 아니라 원자로 설계 자체 때문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원자로 연료봉 안에는 수 톤에 달하는 핵연료가 들어 있고, 표면엔 희귀금속인 지르코늄(Zr)이 칠해져 있어서 과열을 막는 동시에 지속적인 핵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상승하면 지르코늄의 반응도 활성화되는데 노심에는 지르코늄이 아주 많아 그 당시 노심이 과열되면서 수증기, 물과 격렬하게 반응하며 수소를 생성했다. 당시 원자로 내부 온도는 2,800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르코늄과 수증기의 반응을 촉발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온도다. 가연성 높은 수소가 위험 수준까지 축적되자 전문가들은 원자로를 감싼 콘크리트 용기에 구멍을 뚫어 수소를 배출했는데 이때 연료봉의 방사성 물질도 함께 누출됐다. 또한, 수소는 안전밸브를 통해 서서히 외부로 빠져나갔지만 모든 수소가 실외로 빠져나가지는 못한 채, 배출된 상당량이 건물 상부에 모였다. 그 후 수소가 쌓이며 1호기와 3호기에서 대형 폭발이 일어났고 4호기에선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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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키 야가와 도쿄대 명예교수…규제기관보다 높았던 ‘동경전력’ 지적
지난 7일 ‘원전안전성증진 심포지엄’…원전종사자 안전문화 중요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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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수소폭발 당시 모습 /사진출처=대한민국 정책정보지 위클리 공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에서 출발해 ‘인재’라는 대형사고로 발전한 인류역사에서 뼈아픈 참사로 기록하고 있다.

지금껏 많은 언론에서 다뤄졌듯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은 핵분열에 의한 폭발이 아니다. 지진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이어지는 지진해일로 원자로 비상노심냉각 기능이 상실되면서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으며, 냉각재 수위가 낮아지면서 연료봉이 노출되어 온도가 상승하였으며 고온에서 연료봉 피복재가 산화함으로써 수소가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수소는 원자로에서 격납용기 내부로 배출되어 모이는데, 격납용기 보호(파손 방지)를 위해 수소를 격납용기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누출된 수소가 격납용기를 둘러싼 건물인 원자로건물 상부에 축적되고 공기와 반응해 폭발(수소폭발)하면서 방사능이 누출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원자력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각종 안전장치를 차단한 상태로 무리한 시험 강행으로 발생한 중대사고로 원자력 안전문화의 출발지였다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설계기준 초과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로 극한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의 확보가 필요한 점은 결국 규제의 완벽한 실패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3월 11일 지진과 해일의 습격을 받고 4시간여 만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 공급이 되지 않아 반응로의 물이 증발해 줄어들었고 연료봉이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사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이 때문에 초동 대처할 시간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또 12일에는 1호기가 첫 수소폭발을 일으키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바닷물을 주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도쿄전력은 발전소 폐기가 우려돼 이를 무시했다. 공공성보다 이윤을 중시한 민간기업의 한계였다.

이후 3, 4호기 순으로 수소폭발이 이어지면서 그로인해 휘발성 방사성물질인 요오드, 세슘 등이 환경에 방출됐다. 이에 보다 못한 미국이 “일본 정부의 대처가 미온적”이라며 빠른 해결을 촉구하기 시작했고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CH-47헬기와 고압 소방차, 경찰의 특수 살수차 등을 주수작업 투입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관료제의 비효율’과 ‘동경전력과 규제기관의 기형적 관계’ 등이 도마에 오르지만 대체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자연재해’가 아닌 분명히 ‘인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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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경위 /인포메이션 그래픽(Information graphics)=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제공

◆자만심이 불러온 ‘인재’, 안전의 새옷을 입히다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자만심에서 벗어나 설비 자체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사람중심(원전종사자)의 안전문화’를 깨닫게 했다. 또 기술적인 조치 이전에 심층방어 개념의 확장, 제도적 건전성 등 안전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고 안전규제를 위해 새로운 대안도 마련됐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일본의 안전신화’가 무너지는 상황을 가까이에 지켜본 한국은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깊다. 설상가상 지난해 원자력 관련시설이 밀집된 경주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자연재해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내 원전의 지진 대비 현황과 안전문화의 중요성, 일본의 사고 이후 원전 가동과 후쿠시마 주민 건강실태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심포지엄이 열려 관심을 끌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이관섭)은 지난 7일 경주시 보문단지 내 경주화백센터(HICO)에서 ‘2017 원전 안전성증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동경전력 후쿠시마 사고조사 검증위원회 위원장과 일본학술회의 원자력사고대응 분과위원장을 지낸 겐키 야가와(Genki Yagawa) 일본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극한재해에 대비한 원전안전성 확보 방향을 발표했다.

특히 겐티 야가와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을 제외하고 당시 진앙(震央)지로부터 더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을 비롯해 50여기가 넘는 원전들이 안전하게 대처해 피해가 적었던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오나가와 원전은 모든 원전과 배수펌프가 해수면 14.8m 위에 위치했고 지진대비 강화조치가 2010년 6월 완료됐으며, 외부로부터의 5개 전원 중 1개가 정상 작동됐다. 또 지진과 쓰나미 발생 후에 약 360여명의 지역주민이 발전소내로 대피해 위기를 모면했다. 이는 원전 안전이 단순한 설비 가동연수보다는 운영관리, 즉 원전종사자의 안전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겐티 야가와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는 일본 원자력계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는 안전하다’는 기본가정에 빠져 안전체계가 효과적이지 못했던 데에서 발생한 제도적 실패(Institutional Failure)로 규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경전력을 비롯해 원자력(전력)산업계 뿐 아니라 규제기관과 정부(중앙정부 및 지자체 등)의 기형적인 역피라미드 관계가 명백히 잘못된 구조였으며, 이 같은 상황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인류의 최대 참사를 불러왔다”면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지속적인 안전개선의 추구를 공통의 목표로 삼고 제도적(규제) 측면의 결함에 대한 문제제기와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안전성 확보 체계를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韓‧美‧日 전문가, 미래의 안전 패러다임 모색
한편 국내외 원자력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심포지엄은 ‘주요 안전이슈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발표와 토론을 통해 국내외 원전의 안전이슈와 안전성 증진 결과 등을 조명하고 국민의 안심이라는 원자력계 과제와 향후 방향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날 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선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원자력발전은 전기 에너지원 중 환경영향이 가장 적으며,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지진과 관련해 한국은 규모 7.0이상의 지진 발생가능성은 낮으며, 가동원전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와 같이 현재의 원전 내진 설계기준은 안전에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과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주요 원자력안전 정책 및 제도 개선내용을 소개하고 제2차 원자력안전종합계획(2017~2021년)을 통해 원전사업자 역할을 강화하고 규제역량을 높이는 등 원전에 대한 엄정한 안전관리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서는 원자력 안전을 위한 다양한 내용들이 발표됐다. 미국, 일본, 한국의 안전문화 및 원자력학계, 의과대학 교수, 원전 운영회사 전문가 등이 극한재해 대비 안전성 확보 방안, 운영인력의 역량과 안전문화 향상 트렌드, 후쿠시마사고 이후 일본 정책과 주민 건강영향 평가 등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원자력·항공 안전문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나지메딘 메시카티(Najimedin Meshkati)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원전운영에서 인적역량과 안전문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원전의 안전 운영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 대처능력도 안전문화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또 켄슈케 요시하라(Kensuke Yoshihara) 일본 간사이전력 안전처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새로운 안전기준에 따라 안전조치가 진행됐고 이후 원전제로 정책이 페기돼 원전을 재가동한 현황 등을 설명했다.

일본 방사선재해 의료전문가인 아츠시 쿠마가이(Atsushi Kumagai) 후쿠시마 의과대학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이후 거주자 건강 영향 평가’를 발표하여 일본의 방사선 수치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전문가로 참석한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지난 2월 한국이 전세계에서 8번째로 ‘원전 누적운전(Reactor-year) 500년’을 달성한 성과를 발표하며 향후 지속적인 원자력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박윤원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과 조홍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등이 참여한 패널토론에서는 ‘자연재해와 원자력안전’의 관점에서 세계 원자력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과제와 향후 방향이 제시됐고 원자력안전이라는 공감대 확산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관했던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사고 초반부터 바닷물이라도 부어 원자로를 냉각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원전의 수소폭발과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동경전력이 서른 시간 가량을 헛되이 보낸 것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관계자들은 “3대 중대사고의 공통점은 취약한 안전문화였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는 사람에 대한 투자, 결국 안전문화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더 깊이있게 다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원자력안전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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