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년 7월 22일 ~ 1967년 5월 15일)는 사실주의적인 작품을 많이 남긴 미국의 화가다. 1882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뉴욕예술학교에서 로버트 헨리에게 그림을 배웠다. 1906년 24세 때 파리로 유학을 떠났으나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1910년까지 유럽여행을 하였다. 1913년 그는 아모리 쇼에 그림들을 전시했고 1915년 에칭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전향하였으며, 1924년까지는 주로 광고미술과 삽화용 에칭 판화들을 제작했다. 그 후 1920년대 중반부터 수채화와 유화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는 주로 도시의 일상적인 모습을 그렸으며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산업화와 제1차 세계대전,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의 모습을 잘 나타냈고, 그 때문에 미국의 리얼리즘 화가로 불린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팝아트, 신사실주의 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67년 세상을 떠났다. 주요 작품[편집]작가의 주요 작품으로는 《선롯가의 집》(1925), 《책을 읽고 있는 모델》(1925), 《두 가지 빛을 내는 등대》(1929), 《호텔방》(1931), 《주유소》(1940)《밤을 지새우는 사람들》(1942), 《밤의 레스토랑》(1942), 《아침 7시》(1948) 등이 있다. 외부 링크[편집]
우연한 기회에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을 보게 됐습니다. 실물도 아니고 온라인을 통한 간접 관람이었는데 작품이 주는 감동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근 상점에 불이 꺼진 걸로 미뤄 자정을 한참 넘은 시각쯤 돼 보여요. 어찌 된 사연인지 모르지만 작품 속 인물들이 집으로 가지 않고 ‘심야 식당’에 모였습니다. 한 남자는 하루 일과가 고달팠는지, 내일이 두려운지, 반복되는 일상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졌는지 바에 홀로 앉아 고독을 씹고 있습니다. 정장 차림의 남녀는 차 한 잔씩을 시켜놓고 점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호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1942 l 위키피디아 문득 ‘그때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2006~7년 무렵이었습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한창이었는데요. 협상을 취재하러 몇 차례 미국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시차였습니다. 미국 동부 기준으로 14시간 차이가 나잖아요. 당시엔 신문 가판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당일 뉴스를 담은 가판이 그날 저녁 지하철 가판대를 중심으로 서울 시내에 좌악 깔렸는데 이 가판의 마감이 보통 오후 5시였습니다. 미국 시간으로는 새벽 3시였지요.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새벽 4시였고요. 낮에는 협상단을 취재하고 밤에는 기사를 쓰다 보면 잠을
제대로 자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출장 기간 내내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지요. 한국으로 보낸 기사가 가판에 실린 걸 확인하고 브리핑장을 나서면 저만치에서 먼 동이 터오곤 했습니다. 멀지는 않았지만 숙소로 향하는 밤길의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가 참 좋았습니다.
Office-at-night-edward-hopper-1940 ㅣ위키미디어 커먼스 코끝을 파고들던 새벽 공기의 ‘알싸한’ 내음을 오랜만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서 다시
맡았습니다. 작가와 작품은 별개가 아니라는데 에드워드 호퍼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토록 강렬하게 관객들을 도시 야경의 우울과 고독 속으로 빨아들이는 걸까. 호퍼의 삶이 궁금했습니다. 호퍼는 진솔한 도시의 일상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절대 고독을 그렸지만 그렇다고 작품의 분위기가 한없이 쓸쓸하고 초라한 것만도 아닙니다. 외로워 보이는 표정, 적막감이 감도는 공간 속에서도 어딘가 모르게 따스한 기운이 감돕니다. 신비한 매력입니다.
New york restaurant(1922) by edward hopper l 위키피디아 에드워드 호퍼의 삶은 어찌 보면 ‘평범함’ 그 자체였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다른 예술 거장들처럼 ‘희대의 난봉꾼’도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도 아니었습니다.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주인공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흔히들 우리 주변에서 겪는 인생의 ‘희로애락’ ‘생로병사’를 지극히 평범하게 남들처럼 겪었습니다. 출발은 순탄했습니다. 미국으로 이주한 네덜란드 출신의 부모 밑에서 비교적 넉넉하고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아버지 ‘Garret_Henry_Hopper’(왼쪽), 어머니 ‘Elizabeth_Griffith_Smith_Hopper’(오른쪽) ㅣ위키미디어 커먼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미술 전공으로 대학에 입학해 화가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한동안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습니다.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가 일러스트, 포스트 제작 등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이 와중에도 작품 제작의 끈은 놓지 않고 화가로서의 커리어를 계속했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현실(돈)과 이상(그림) 사이에서 고뇌하는 직장인의 모습, 어딘가 많이 익숙한 장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바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 그 자체이지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 이것만으로도 우리 인간들은 많이
힘듭니다. 외롭고 쓸쓸하지요. 호퍼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보편적 정서는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1907년 모습. 호퍼는 1906년부터 1년 동안 파리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다. ㅣ위키미디어 커먼스 호퍼의 삶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볼까요. 되는 건 없고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고 답답한 가운데 정체된 일상을 반복하던 호퍼의 삶에 한 줄기 빛이 찾아듭니다. 아내 조세핀 니비슨(Josephine Nivision,
1883~1968)과의 만남입니다. 조세핀은 호퍼와 같은 미술 대학을 다닌 한 살 아래 후배였습니다. 대학 시절, 스케치 여행 등을 같이 다니다가 친해졌는데 정작 본격적으로 연이 닿은 건 40대에 접어들고 나서였습니다. 1년 여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한 게 호퍼의 나이 42살 때였습니다. 조세핀은 41살이었고요.
미대생 시절의 조세핀 니비슨 초상화. 1906년 모습이다. 훗날 에드워드 호퍼의 아내가 됐다. ㅣ위키미디어 커먼스 둘은 여러
모로 달랐습니다. 호퍼는 내향적이었던 반면, 조세핀은 외향적이었습니다. 가부장적인데다 전형적인 시골 출신 ‘꼰대’였던 호퍼와 달리 조세핀은 당시 기준으로 볼 때 진취적인 ‘신여성’이었습니다. 잦은 다툼을 벌이면서도 둘은 백년해로합니다. 결혼 생활은 전쟁처럼 치열했지만 둘은 평생 서로를 향한 ‘천생연분의’ 보완재이기도 했습니다. 화가 재능을 포기하면서까지 남편 내조에 올인한 조세핀의 미술계 네트워크는 호퍼의 숨은 재능이 빛을 발하는 촉매제가 됐고 시시콜콜 간섭하고 아내의 바깥 활동을 시기하는 것도 모자라 방해하면서도 말년에 병문안을 하루도 빼놓지 않았던 호퍼의 ‘츤데레’ 스타일은 조세핀으로 하여금 끝까지 남편을 챙기게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아내로, 비서로, 모델로서 1인3역을 ‘거뜬히’ 수행하는 ‘최고의 동반자’를 만나면서 호퍼는 인생은 물론, 화가로서의 삶에도 꽃을 피웁니다. 작품 매진은 물론, 유명 미술관들의 전시 요청이 쇄도하면서 세속적으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세간의 명성을 얻은 후에도 호퍼는 일평생 조세핀만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예술 거장들에게서 흔히 나타난 ‘뭇 여성들과의 스캔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도 여성은 대부분 조세핀을 모델로 했습니다.
Automat-edward-hopper-1927 l 위키미디어 커먼스 그렇다고 둘이 정말 순애보적인 사랑을 나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둘은 정말 지겹도록 싸우고 또 싸웠습니다.
2미터 장신의 ‘말라깽이 멀대 스타일’ 호퍼는 외모처럼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뉴욕 교외의 한적한 시골에서 태어난 ‘촌놈’ 호퍼는 지독한 보수 성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단신이었지만 화려한 언변을 장착하고 사교성에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까지 갖췄던 조세핀은 할 말은 하고 보는 스타일이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둘은 정말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Hotel-window-edward-hopper-1955 ㅣ위키미디어 커먼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성이 만날 때는 대개 서로 다른 스타일에 끌리는데 막상 살아보면 이게 또 만만찮은 ‘시련’으로 작용하지요. 둘이라고 달랐겠습니까. 결과적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호퍼가, 또 조세핀이 감내해야 했던 인생 역정은 그야말로 ‘참을 인’(忍)의 연속 아니었을까요. 절대 고독, 우울, 외로움은 자연스레 따라왔을 거고요. 그러고 보니 호퍼의 작품에 한결같이 등장하는 인물의 무뚝뚝한 표정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특별히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특별히 비극적이지도 않은 에드워드 호퍼의 삶을 보면 결국 ‘인간은 날 때부터 고독한 존재’라는 명제가 맞는 듯 보입니다. 누구나처럼 평범하게 살다 간 호퍼가 인간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절대 고독’의 경지를 그토록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걸 보면 말이지요.
Hotel-by-a-Railroad-Edward-Hopper-1952 ㅣ위키미디어 커먼스 호퍼는 경제적 성공을 거두면서 아내 손을 잡고 마이애미 별장으로, 미국 전역으로, 또 멕시코 등지로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정작 이사 한번 다니지 않을 정도로 안정 지향적인 스타일의 소유자였다고 해요. 당시 예술의 선진국이었던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미국에도 불어닥친 야수파, 입체파 등 유행 사조도 호퍼의 마음을 흔들어놓지는 못했습니다. 그럴수록 오히려 더 ‘렘브란트’와 같은 고전 회화에 끌렸습니다. 그나마
인상파, 사실주의 등에 관심을 보이긴 했는데 이 또한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뒷북’도 한참 ‘뒷북’이었지요. 좀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변화’와 ‘혁신’보다 ‘안정’과 ‘전통’을 중시하고 고수했던 호퍼의 뚝심이 오늘날 ‘미국적 사실주의’라는 호퍼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탄생시킨 비결이었던 셈입니다.
Where Hopper lived in New York City, 3 Washington Square North l 위키피디아 ‘대공황(1929년)
시기, 도시의 쓸쓸한 풍경과 미국인의 개인주의 정서를 화폭에 가장 잘 담아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엔 이처럼 일평생 부대끼고 흔들리면서도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걸어갔던 한 화가의 집념과 끈기가 녹아 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거저 나온 작품의 ‘아우라’는 아니었네요.
‘Nighthawks’ in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ㅣ위키피디아 참고 ㅣ네이버 지식백과, 위키피디아 에드워크 호퍼-미국의 화가 2편/뉴욕 촌놈 키다리 아저씨 호퍼의 인생 이야기 <올댓아트 권재현 에디터 기자> |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 - migug hwaga edeuwodeu hopeo
저작권 © 2024 ko.cemle In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