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회복 48시간 - geun-yug hoebog 48sigan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적었듯이, 몸은 운동 중에 강해지는 게 아니고 운동 후 휴식할 때 자랍니다. 운동 자체는 도리어 몸을 깎아먹는 작업이죠. 그래서 운동과 휴식의 밸런스가 운동으로 몸이 좋아질지, 골병만 들지를 결정합니다. 

과거 운동을 처음 배우는 분들 사이엔 한 번 운동한 부위는 회복에 3일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상식처럼 통했습니다. 그렇다면 근육의 회복에 정말로 누구에게나, 항상 3일 걸릴까요? 아니, 운동 후 회복해야 하는 게 근육뿐일까요? 그런 문제를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1. 운동 후 회복해야 하는 것들?

운동 후에 나타나는 체력적인 저하를 크게 나누면 아래와 같습니다.

1 :  전기적으로는 신경 신호가 약해지거나 둔해지고,

2 :  화학적으로는 피로물질이 축적되고, (한편으로는 신호물질이 고갈되고) 

3 :  근섬유가 미세손상을 입고, 손상된 근섬유가 초과회복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4 : 골격과 결합조직이 손상을 입어 조직이 재배치되고 강화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5 :  영양적으로는 글리코겐 등 영양물질과 수분, 미네랄 등의 체내 보유량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모두가 결합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체력이 약해지죠. 

문제는 흔히 보디빌딩에서는 세 번째인 근육, 그 중에서도 근섬유의 회복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죠.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근섬유의 회복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일반인의 피트니스 관련 지식들이 너무 보디빌딩 관점에만 치우쳐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럼 위의 부분들을 하나하나 파보죠.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오늘은 1~3번까지만 다룹니다.

2. 신경의 회복

신경의 피로는 세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 뇌의 피로 : 뇌의 운동영역은 피로해질수록 내는 신호가 약해집니다. 전기장치로 치면 애당초 발전소에서 내는 발전량이 부족해지는 셈입니다. 

* 운동신경의 피로 : 피로해질수록 신호 전달에서 손실이 많아집니다. 전기장치로 치면 발전소에서 전기를 제대로 보내도 전선이 까지고 누전이 되면서 중간에 새어 버리는 셈입니다. 운동신경의 피로는 중추신경의 피로와 말초단계의 피로로 다시 나뉘지만 그것까지는 넘어가고요.

운동으로 인한 신경 피로는 강도가 강할수록, 수축을 자극하는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이 축적됩니다. 그래서 저중량보다는 고중량에서, 역도처럼 짧게 팍! 드는 운동보다는 스쿼트, 데드리프트처럼 무게도 더 무거운데다 느리고 길게 드는 운동이 더 신경 피로가 많이 쌓입니다. 가벼운 유산소보다는 전력달리기가, 특히 인터벌 트레이닝이 신경 피로가 더 큽니다. 

과거에는 신경의 피로라고 하면 후자인 운동신경의 피로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두뇌에서 벌어지는 세로토닌의 변화 등이 더 중요한 게 아니냐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죠. 즉 전선인 신경만 피로해지는 게 아니고 뇌 자체가 피로해집니다. 적절한 운동은 머리를 깨워 맑게 하지만 과도한 운동을 하고 나면 집중도 안 되고 끝도 없이 잠이 오죠. 

여기에는 몸을 보호하려는 신경계 자체의 보호 시스템이라는 견해와, 신경전달물질의 고갈, 방해가 되는 이온농도의 증가 등등 여러 원인이 등장합니다.

신경의 피로는 특정 부위에 상관없이 전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예컨대 전날 본인 한계치 가까운 벤치프레스를 여러 세트 했다면 다음날 하는 (전혀 다른 부위인) 스쿼트, 혹은 달리기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부위'를 기준으로 운동을 나누는 보디빌딩식 분할을 다른 종목을 위한 근력운동에 그대로 쓰기에 어려운 것이 이 때문입니다. 주당 최소 하루 이틀 정도는 유산소건 뭐건 아무 운동도 안 하고 푹 쉬어야 한다는 게 그 때문이고요.

신경의 회복은 수면+휴식과 가장 큰 관계가 있습니다. 무슨 음식이나 보조제가 좋을까요, 무슨 운동이 좋을까요 등등을 물으시는데, 많이 쉬고, 많이 자고, 골고루 충분히 잘 먹는 것밖에 없습니다. 

제가 아는 한 아직 신경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이나 특정 식품은 없습니다. 그런 약물이 있었다면 이미 수험생들 사이에 다 인기폭발이었겠죠.

특히 수면 부족은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타격을 줍니다. 잠을 못 자면 초반 최대 출력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지속되지 못합니다. 집중력과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즉 평소 잘 하던 자세도 틀리기 쉬워 부상을 입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첫 한두 세트는 어영부영 할 수 있지만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안 하던 실수로 다치기도 쉽습니다.

사실 수면 부족은 여러 면에서 근성장에 악영향을 주는데, 신경계 측면에서는 운동의 질을 떨어뜨려 근성장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주죠.

3. 피로물질의 축적

과거에는 운동 후 에너지 대사 부산물로 근육에 쌓인 젖산이 근성장을 촉진한다고 생각해서 근육이 얼얼해지고 알이 땡땡하게 배기는 것이 근육을 키우는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여겼죠.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대사 부산물은 운동 후 몇 시간이면 제거되고, 장시간 지속되는 피로와는 큰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근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고요.

최근엔 이보다는 피로물질이 많이 생기는 근본 원인, 즉 연료인 탄수화물(글리코겐)의 부족이나 글리코겐 회복 과정 지체가 피로 원인 중 하나로 주목받습니다.

4. 근육의 회복

아마 대부분의 보디빌딩 서적들이 이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을 겁니다. 근육은 운동을 통해 미세손상을 입고, 이걸 회복하는 과정에서 더 발달하는데, 거기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느냐죠. 아마 여기에 3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이에 관해서는 비슷한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한 여러 연구들이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2가지(링크1 / 링크2 ) 결론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한계치의 운동

10RM에 해당하는 중량운동을 근육의 완전 실패지점까지 3세트씩, 전신 6~8종목을 실시한 후, 원래 상태까지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대상은 운동 경력자 남성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완전 실패(muscular failure)는 자세가 무너져가면서도, 즉 몸을 비비 꼬고 악을 써 가며 해도 더는 못 움직일 때까지 아등바등 반복한 것을 말합니다. 보통은 들다가 중간에 놓치는 정도를 의미하죠. (이와 대비되는 개념은 기술적 실패(technical Failure)로, 정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한계치를 말합니다. 기술적 실패에 먼저 다다르고, 무너진 자세로 두세 번 더 하면 완전실패에 다다르는 것으로 봅니다. 대부분의 근력운동은 기술적 실패지점까지를 한 세트로 잡습니다.)

어쨌든, 완전실패로 3세트를 했으니 겁나 빡세게 훈련한 것이죠. 사실 제가 아는 대부분의 일반인은 일부 크로스핏 와드나 군대 유격 훈련이라도 아닌 한은 이렇게 훈련 못 합니다.

20대 젊은 남성을 기준으로 하면  48시간 후 70%의 참가자가 원래의 상태를 회복했고 72시간 후에는 80%의 참가자가 원래의 상태를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50세 이상에서는 96시간(4일)이 지나도 30% 정도의 참가자만 완전 회복이 가능했습니다. 즉 이 나이에서는 이런 식의 초고강도 운동은 주1회 이상은 안 하는 게 낫습니다.

2> 일반적인 운동

반면 이런 한계치까지 하는 운동 말고, 일반적인 운동 수준, 즉 최대중량의 80% 범위로 실시하는 운동에서는 48시간 정도에서 거의 대부분의 참가자가 이전 상태로 회복했습니다. 즉 대부분의 일반인이라면 격일 운동 정도면 근육 회복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한편 동일인이라도 부위에 따라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한 영양 상태, 다른 활동 여부 등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고요.

어쨌든 오늘 내용을 총정리하면, 

* 최대횟수에서 두세 번 덜 드는 수준의 대중적인 근력운동이라면 [격일의 무분할].  [주당 2사이클의 2분할]이 무난합니다. 2사이클을 돌리는 3분할, 즉 주당 6일 운동하는 건 근육 관점에서는 회복이 가능할지 몰라도 신경 관점에서는 피로 누적으로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다음 편의 결합조직이나 영양 회복 문제에서 다시 언급합니다.)

* 극한을 두드리는 운동이라면 젊은이에게서도 주 2회 정도가 한계입니다. 특히 나이가 많다면 고강도 운동은 부위당 주1회 이상은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나머지 날짜는 강도를 낮춰 실시합니다.

* 다음 편에서는 뼈와 인대, 건, 연골이나 디스크 등 결합조직과 근육내 영양물질의 회복 방법에 관해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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