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배우 는데 걸리는 시간 - baiollin baeu neunde geollineun sig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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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다들 스즈키 1권 끝내는데 얼마나 걸렸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223) 2018.02.26 11:00:07

나 바이올린 시작한지 4개월만에 미뉴에트까지 나갔는데 이거 너무 빠른거 아냐?

요 한달간 레슨을 못 받아서 사실상 3개월만에 미뉴에트3번까지 한건데 초보자인 내가 봐도 진도가 너무 빠른거 같아

나는 기초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좀 천천히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레슨샘은 이 정도면 괜찮다고 하시면서 진도 쭉쭉 나가고 있거든

참고로 연습량은 일주일에 6~8시간 정도 되는거 같아

레슨샘 믿고 따라가는게 맞겠지?

그리고 보통 바이올린 업글 언제쯤 해?

연습용 싸구려 쓰고 있어서 그런지 슬슬 업글욕심이 생긴다

업글 보다 실력을 늘려야겠지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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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잡는 음 자리는 아주 잘 잡으시는데 오른손 활사용이 많이 부족해요. 활을 충분히 사용해보시면서 다시 한 번."

바이올린 강사의 말 대로 활 사용을 충분히 하면서 다시 연습에 들어가 본다. 활 사용을 잘 해야 복잡한 악보를 소화하기 힘들지 않다고 한다.

64세가 되던 지난해에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이올린 활을 잡는 것조차 녹록치가 않았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아왔던 바이올린 활 잡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세상에 쉬운 일은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올해 내 나이 올해 65세,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어느새 8개월이 되었다. 개월 수는 11개월이지만 아들 혼사 문제로 3개월 정도 쉬었다가 올 3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모두 잊었으리라 생각했지만 조금 하니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나이가 있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강사도 그런다. "오랜만에 나오셨는데 안 잊어버리셨네요"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바이올린은 4개의 현으로 되어 있는데 그 현의 음이 다 달라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은 바이올린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어버이날을 앞두고 딸아이와 어느 쇼핑몰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고 난 후 딸아이가 "엄마 우리 4층에 있는 문화센터에 한번 가보자" 하곤 내 손을 이끌었다.

난 아무생각 없이 딸아이를 따라갔다. 딸아이는 문화센터접수처에서 "바이올린 강습은 언제부터 시작하지요? 엄마 이거 등록하자. 엄마 바이올린 배우고 싶어 했잖아. 어버이날 선물이야" 하며 막무가내였다.

난 손사래를 지으면서 하지 말라고 했지만 딸아이는 등록을 하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 이외에는 등록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데 강습이 이루어질까? 하는 걱정과 함께 막상 시작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함께 밀려왔다.

최소한의 인원이지만 다행히도 바이올린 강습이 시작되었다. 만약 내게 바이올린이 없었다면 딸아이도 바이올린을 배우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딸아이는 취미로 첼로를 배우고 있었는데 오래전에 바이올린을 사놓은 내 생각이 나서 서둘렀다고 했다.

15년 전에 사 놓아 장롱 안에 있던 바이올린

15년 전 쯤인가? 명절에 십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 생겼다. 난 백화점 상품권으로 무엇을 살까? 내 옷을 살까? 생활용품을 살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내 앞에는 악기점에 있는 바이올린을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난 무작정 악기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바이올린 가격을 물었다. 딱 십만 원이라고 했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상품권으로 바이올린을 사가지고 나왔다.

바이올린을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식구들한테 자랑을 했다. 식구들은 시큰둥 하며 "잘 했네. 그런데 바이올린은 언제 배우게" 했었다. 사실 바이올린을 사자마자 바이올린 기초 교본 책을 샀다. 집에서 혼자라도 해보려고. 책장을 넘겨 보았지만 혼자 하기는 어려웠다. 하여 그대로 포기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피아노교습소는 많았지만 바이올린 교습소는 웬만해선 찾기가 힘들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내가 바이올린의 꿈을 꾸게 된 것은 14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어느 날 청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어디에선가 악기 연주소리가 들려왔다. 후에 알고 보니 그것이 관현악 연주반이었다. 키가 작은 나는 까치발을 있는 대로 들고 유리창 너머로 겨우 음악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곳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을 연주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피아노 외에는 처음 보는 악기들이 많았다. 바이올린도 그날 처음 본 것이다. 그중에 우리 반 반장은 바이올린이란 것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있고 부러웠는지. 우리 반 반장의 아버지는 대학교 음악교수라고 했다.

그때 나도 바이올린을 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막연하게 바랐던 것.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아이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아이와 같은 반이니 시시때때로 그 아이만 보면 바이올린 생각이 났다.

1960년대는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정 형편상 바이올린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곤 실업계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오랜 세월 자연스럽게 바이올린이란 꿈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50대에 바이올린만이라도 옆에 놓고 싶은 생각에 바이올린을 사게 된 것이다. 옷이나 핸드백 등을 사는 대신에.

"바이올린 손자들 주지~~."

지난해 설날인가? 가족이 모두 모였을 때 남편이 "이젠 바이올린 애들(손자)주지?" 하자, 난 "음~~ 아직 안 돼"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 모습을 딸아이가 본 듯했다. 그래서 지난해 5월에 등록을 해서 6월초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3명이 수업을 시작했고 이번 봄 학기에는 6명으로 늘었지만 내 나이가 제일 많다. 나머지는 모두 30대, 40대였다. 그런 만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비야 연주하고 껑충껑충 거실을 뛰어 다녔어요"

바이올린을 배우고 어느덧 3개월이 되던 지난해 8월 중순에 서툴지만 동요 '나비야'를 켤 수 있게 되었다. '나비야'를 들은 젊은 바이올린 강사는 "잘 하시네요. 첫 곡을 3개월 만에 하게 되었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하며 묻는다."솔직히 말해서 집에서도 너무 좋아서 혼자 껑충껑충 거실을 뛰어 다녔어요" 하니 수강생들이 모두 박수로 화답을 해주었다.

다음 4월 셋째 주 숙제는 각 현의 혼합 연습, 빠른 온 활과 느린 온 활을 연습해 가야 한다.다음 레슨을 잘 받기위해 짬짬이 짬짬이 연습을 하고 있다. 계명을 보는 것보다 손가락 위치를 잡는 것이 더 어렵다. 손가락이 짧으니 더욱 그렇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 했으니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다. 늙어가면서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싶어서이다. 그동안은 '내게도 바이올린이 있지'라는 생각만으로도 좋았는데... 이젠 내가 바이올린을 직접 배우고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는 것이다.

꿈은 꾸는 자만이 이룰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러한가보다. 딸아이 덕에 시작을 하게 되었지만 끝은 내가 마쳐야 할 것이다. 14살부터 마음 속 깊은 곳에 꼭꼭 간직했던 꿈이 5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이는 나이,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서두루지 않고 천천히 갈 생각이다. 아직 포기 하지 않고 다음 학기를 등록하고 나니 혼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덧붙이는 글 | 여성시대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