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디스크 자살 - wi diseukeu jasal

위 디스크 자살 - wi diseukeu jasal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위디스크의 전 직원 얼굴을 손으로 내리치고 있다. 뉴스타파 영상 갈무리

“(양진호의) 가래침 묻은 옷과 (‘자살하라’고 강요하는 내용의) 협박 전화 녹취를 가지고 있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수사기관은 증거를 내라고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교수 폭행 사건’ 피해자 ㄱ씨가 언론 앞에 나와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폭행과 자살 강요, 협박 등에 대한 증거를 면밀히 수집해 신고했지만 수사기관은 양 회장을 단 한 차례 조사하고 무혐의 처분했다. ㄱ씨는 또 양 회장의 전 부인 ㄴ씨로부터 양 회장으로부터 코 뼈가 부러질 정도의 폭행을 당했으며, 양 회장이 마약을 복용하고 부인에게도 복용을 강요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 있다고 증언했다.

양진호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현직 대학교수 ㄱ씨는 7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폭행 당시 상황부터 이후 수사기관의 무혐의 처리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밝혔다.

ㄱ씨는 5년 전인 2013년 12월2일 판교의 양 회장 사무실에 불려 가 양 회장과 그의 동생 양모씨, 직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영화보다 더한 일이 실제로 저한테 일어났다. 침을 뱉고 가래를 닦아 먹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얼굴의 가래를 손으로 쓸어다 입에 넣기도 했고 구두를 핥으라고 했고 말로 하기 힘든 가혹행위가 그 자리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법도 치밀했다. 폭행은 신체 수색과 휴대전화 압수로 시작해서 가족의 인적사항을 일일이 확인하며 계속됐다. “처음에는 코트 옷 주머니 뒤져 전화기 빼서 잠금장치 풀라고 때리더라. 풀어서 통화내역 문자 카톡 사진첩 다 보더라. 그리고 연락처 보면서 저와 비슷한 제 가족들 이름 성씨 같으니 그것을 찾으면서 가족사항 파악하더라.” ㄱ교수는 가족 이름을 펜으로 쓰라는 양 회장의 강요를 울면서 거부했지만 협박에 못이겨 부모와 형제부터 끝내 아이들 이름까지 적어야 했다고 말했다. “죽을 것 같았죠. 그 일 끝나고 아이들 자는 모습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이후 실제로 협박 전화가 왔다. “폭행 끝나고 나서 저보고 죽으라고 자살하라고 강요하고 수차례 협박하고 지속적으로 전화가 왔어요. 그러다가 공포감이 극도로 달해서 양 전화를 더이상 못 받겠더라고요.” ㄱ씨는 양 회장이 ‘뮤레카’라는 회사의 임원을 통해 전화를 걸어온 적도 있다고 밝혔다. 받지 않으면 ㄱ씨 친형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학교로 가면 있으려나’ ‘집에 가면 있겠죠’ 이런 식으로. 저와 가족이 불안에 많이 떨었고, 내용 중에 ‘대표이사가 내려가고 있다’ ‘만나게 해 달라’는 내용도 있어서 저희 가족들이 정말 오는 줄 알고 도망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죠.”

양 회장은 폭행 후에는 200만원의 ‘맷값’을 ㄱ씨 옷에 강제로 욱여넣었다고 ㄱ씨는 말했다. 양 회장은 ㄱ씨를 돌려 보낸 후 전화를 걸어 ‘많이 다치셨던데 병원 가 보시지 그러냐. 내가 치료비 200만원을 줬는데’라고 말했다고 그는 기억했다. ㄱ씨는 당시 받은 5만원권에 “혹시라도 양진호의 지문이 묻어 있을까 봐 수사 증거로 내려고 그대로 보관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오랫동안 이 폭행을 신고하지 못했다가 지난해 6월에야 양 회장과 그의 동생, 폭행에 가담한 직원들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사진을 찍어서 ‘맷값’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은 제출 요구를 하지 않았다. “(양진호의) 가래침이 소매에 묻은 옷도 사진을 찍어 제출했습니다. 분명히 필요할 경우, 제가 보관하고 있으니 제출하겠다고 고소장에 기재했어요.”

‘자살하라’고 협박하는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 존재도 알렸지만 역시 제출 요구가 없었다. “제 생각에는 피고소인 조사부터 검찰 조사까지 제대로 수사가 안 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너무 많고 무력감이 (들었다). 녹음파일 있다 했는데 제출하란 말도 없고 협박 혐의조차도 기소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는 증거들을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성남지청은 지난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폭행에 가담한 공범과 목격자들이 ‘폭행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자 양 회장을 무혐의 처분 했다. “맞아서 널브러져 있는데 양진호가 그러더라. ‘내 동생이 화 나서 때렸다 하면 된다. 전과 없으니 벌금정도 나오겠지?’” 실제로 동생 양모씨만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무력감을 느꼈죠. 그리고 공포감을 느꼈죠. 대단한 사람이라 이런 일이 생겼구나….”

양 회장의 마약 복용과 전 부인 ㄴ씨 폭행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ㄱ씨와 동창인 ㄴ씨는 양 회장에 대한 고민을 ㄱ씨에게 여러 차례 털어 놓았는데, 그로부터 ‘남편이 마약을 복용하고 나를 폭행해 코뼈가 골절됐다. 심지어 나에게도 마약을 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ㄱ씨는 말했다. 이외 ㄴ씨로부터 양 회장이 ‘바지사장을 세워 대신 처벌받게 하고 현금과 집 등을 줬다’ ‘서강대에서 석사학위를 땄는데, 대필을 해서 땄다’ 등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ㄱ씨와 ㄴ씨의 ‘외도’를 의심한 양 회장은 이후 ㄱ씨에게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해외에 있어 1심 재판에 나오지 못한 ㄱ씨는 패소 후 판결문을 통해 변호사 이름을 확인했다.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100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25일 징역 5년6개월형이 대법원 확정돼 복역 중인 최유정 변호사가 양 회장의 법률 대리인이었다. “이런 일에까지 최유정을 쓸(선임할) 정도면 과연 양진호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공포감을 느꼈다.”

ㄱ씨는 앞으로 이어질 법적 절차에 대한 부담도 표시했다. “굉장히 무력감이 들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고 낙담되는 게 사실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재판에 불려 다녀야 될 텐데…. 한 개인이, 정말 또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하기도 하고 힘들게 싸워야 할까 하는 생각에 벌써 힘이 드네요.”

앞서 양진호의 ‘직원 폭행사건’을 보도한 독립언론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지난 2일 페이스북을 통해 ㄱ교수의 피해 내용 일부를 전한 바 있다. 이후 피해 당사자가 언론에서 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오래 고민했다는 그는 “이런 억울한 일, 말도 안 되는 일에 사람들이 희생되고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고 다들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고검이 이 사건을 재검토해 지난 4월 말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해 성남지청은 다시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