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자동차 디자인이란?페이지 정보글 : 구상()본문 Show 오늘날의 우리나라 자동차와 자동차산업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한정된 내수 시장의 규모 속에서도 한편으로 다양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위해서는 다품종(多品種) 소량생산(少量生産)의 전략도 요구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국제무대에서 차별성을 나타낼 수 있는 우리의 목소리를 담은 고부가가치 모델의 개발도 필요하다. 혹자는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해야 할 차를 우리의 생각대로만 만드는 건 오히려 잘못이 아니냐고 되묻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의 차나 독일의 차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글 / 구상 (국민대학교 자동차 운송디자인학과 교수)
그런 한편으로는 자동차 자체가 한국의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한국적인 자동차를 디자인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더러는 자동차에 단청과 기와를 응용한 차체 디자인을 적용하자는 식의 황당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듣게 되기도 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한국적 자동차 디자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버스에 기와를 얹고 단청을 칠하면 한국적 자동차가 될까? 아니면 승용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전통 한옥의 창살모양을 붙이면 한국적 디자인일까? 그렇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런 ‘붙이기’가 잘못된 해결 방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연 올바른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로 1976년에 등장한 포니(Pony)는 디자이너 죠르제토 쥬지아로 (Giorgetto Giugiaro: 1938~)에 의해 디자인되어 국민차로 사랑 받은 차이다. 포니는 당대의 곡선적 스타일 유행에서 한 걸음 앞서나간 기하학적 형태를 취해 완성된 모던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1997년에 등장한 중형 승용차 레간자(Leganza) 역시 쥬지아로에 의해 한복의 곡선과 기와 지붕의 곡선을 모티브로 한 차체 디자인으로 개발된다.
한편으로 자동차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므로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너무 국수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거기에 ‘무늬’만 붙인다고 한국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자동차는 달릴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발휘되고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도구가 된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린다는 것은 다양한 문제들과 연관된다. 거기에는 자동차 본연의 주행성능 이외에도 도로의 조건, 노면의 요철, 노선의 굴곡도, 나아가서 가족의 구성과 외출의 형태, 생활 양식 등이 관련되어 있으며, 그러한 것들은 자동차가 ‘국적’을 가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니밴의 실내에 전체 조명용 실내등을 다는 것은 한국적인 특성의 가족 나들이 문화, 속칭 ‘고스톱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미니밴에는 승객들 개인을 위한 개별 독서등은 설치돼 있지만, 놀랍게도 구성원 전체를 위한 밝은 실내등이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공동체 중심의 문화와 서양의 개인주의적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면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기도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혹은 뒷좌석에 앉거나 가족 모두가 차에 타게 될 때, 아니면 좁은 주차장을 빠져 나와야 할 때에 자신이 이용하는 차의 ‘효용’에서 물리적 만족감과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이 종합적인 ‘한국적 디자인’의 자동차에서 느껴지는 ‘가치’일 것이다. 즉 한국적 자동차디자인은 오늘날의 우리가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끼며, 외국인들에게, 글로벌 무대에 나가서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우리가 꿈꾸는 드림 카의 모습일 것이다. 단순히 전통적 형태를 변형시키거나 응용해서 표면에 ‘붙인’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주에는 김치호 공간디자이너로부터 ‘디자인! 클라이언트가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하는 것이다’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 이탈리아에서 10년 이상 유학하면서 한국적인 디자인이란 물음에 많은 고민과 질문을 하며 지내 온 김치호 공간디자이너가 당신에게 살며시 묻는다. 글 | 김흙(북디자이너, ) 당신은 한국적인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여건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옛 전통문양이 들어가야만 한국적 느낌이라거나, 혹은 아무런 고민과 완성도 없이 몇 천 년의 시대를 그대로 담아내는 게 진정한 한국적인 예술, 또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김치호 디자이너가 말한 풀 패키지 디자인의 뜻은 완성도 높은 세심한 고민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 한국적인 디자인은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의 문양과 전통의 뻔한 재현과 답습이 아니다. 물론 그는 철저한 그 시대의 분석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의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그는 현재 또한 전통의 시간으로 본다. 지금의 모습도 몇 백 년 후에는 전통의 시간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고, 한국적인 것을 몇 백 년 전의 시간에서만 찾는다면 진부함만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전통을 오랜 시간의 개념에서 찾지 않는다. 옛것의 전통은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보존하고 분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점에서 한국적인 모티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 시대의 시간에도 한국적인 정서와 모티브는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이 고민이 없다면 옛것만 되풀이하는 진부한 한국적인 디자인이 되풀이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한국적인 디자이너예요. 5천년 단일 민족의 DNA가 흐르는 사람들인데 한국적인 유전자가 어디 가나요? 우리 피 속에 한국의 유전자는 변하지 않아요. 이런 우리가 한국적인 디자인을 옛것에서만 찾는다면 진부함만 있을 거예요. 전통의 가치를 철저히 공부하고, 현재 한국 정서의 모습과, 자신의 디자인 창조성에 고민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적인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완성도 높은 세심한 풀 패키지 디자인을 늘 염두에 두면서 고민하고 디자인한다면, 다른 시대보다 더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결과물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김치호 디자이너가 말한다. 바로 당신이 가장 한국적인 디자이너며, 한국적인 정서는 그 어디에도 갈 수
없노라고. 그가 말한 완벽한 풀 패키지는 한국적인 디자인을 더 완벽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기에 풀 패키지 디자인은 중요하다. 다양한 사고의 고민과 완벽한 창조자의 세심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당신이 표현하고 상품화하는 디자인에 무엇인가 빠져 있다고 느껴진다면 김치호 디자이너가 말한 풀 패키지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당신의 감성, 상상력, 디자이너로서의 포스,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자세, 프로젝트를 현실화 시키는 과정의 고민과추진력, 프로젝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창조적인 몸짓과 결정들, 그 결과물에 더 완벽함을 생각할 수 있는 밀도 높은 고민과 현실화 시키는 고통의 마감시간들…. | 다음 주에는 김치호 공간디자이너가 들려주는 ‘당신의 디자인 상상력을 멈추게 하지마라’가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