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저기압 발생지역 - yeoldaejeogiab balsaengjiyeog

슈퍼 태풍은 어떻게 탄생할까? feat. 기후위기

글: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최근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습니다. 앞으로 문제는 기후위기 때문에 이 같은 슈퍼태풍은 더 잦아질 것이라고 점입니다. 이처럼 슈퍼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와 이를 막기 위해 우리가 나서서 취해야 할 행동을 블로그를 통해 알려드립니다.

태풍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고속열차 속도인 시속 25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바람, 치명적인 산사태를 일으키는 어마어마한 폭우, 바닷가 마을을 집어삼킬 수 있는 폭풍 해일. 모두 인간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파괴적이죠.

태풍, 즉 열대성 저기압*은 자연적인 기상 현상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과 가까운 북태평양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을 ‘태풍’이라고 하고 북태평양 동부 지역과 북아메리카 대서양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을 ‘허리케인’이라고 한다. 또한 인도양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을 ‘사이클론’이라고 칭한다.

사람들은 항상 최악의 태풍에 대비하고 스스로를 보호해 왔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이제 태풍이 생겨나는 방식과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무척 우려스럽습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분석하고 국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 산하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는 열대성 저기압을 지역 별로 분석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rate of intensification and number of strong tropical cyclones have increased, and tropical cyclone tracks likely migrated poleward.”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이 생기는 숫자와 그것이 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그리고 태풍의 이동경로가 점점 고위도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최신의 과학 정보를 분석해 과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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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아이다가 지난 후, 물에 잠긴 루이지애나 마을 모습 (2021)

IPCC가 말하는 내용에는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하나씩 들여다보죠.

첫째 “초강력 태풍의 비율이 늘었다”

의미:
서태평양(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둘러싼 대양)에서 해마다 형성되는 열대성 저기압의 숫자가 크게 변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태풍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2016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 말 이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태풍은 12~15% 강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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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태풍 망쿳이 홍콩지역을 강타한 후, 뿌리가 뽑힌 나무 모습

둘째,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사이클론, 태풍) 발생 숫자가 늘었다.”

의미:
앞서 언급한 연구는 4등급 및 5등급 열대성 저기압(각각 시속 209km, 252km 이상의 풍속을 유지하는 폭풍)의 발생 숫자가 1970년대 말 이래로 최소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체 태풍의 수가 크게 늘지는 않았기 때문에,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심각한 태풍(4등급) 및 슈퍼 태풍(5등급)의 비율은 두 배가 된 거죠.

1970년대 말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력적인 태풍 및 슈퍼 태풍의 발생 건수는 한 해에 1개 미만에서 4개 이상으로 네 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전체 태풍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에서 60%로 껑충 뛰었죠. 이 말인 즉, 절반 이상의 태풍이 파괴적인 등급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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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8일 태풍 라이언록이 홍콩을 강타하면서 아파트 건설 현장의 가설물이 무너져 있다. © REUTERS / Lam Yik

셋째, “열대성 저기압의 궤적이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미:
태풍의 발생 지점, 그리고 태풍의 방향이 바뀌고 있습니다.

태풍의 발생지가 점점 북쪽(또는 극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풍이 일단 형성되면 서북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 가지 현상을 낳습니다. (1) 태풍이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위도가 높아집니다. (2) 태풍이 육지를 강타할 때 그 강도가 높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3) 태풍이 한국, 중국, 일본에 더 자주 상륙하고, 홍콩과 대만에 피해를 주는 빈도는 낮아집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기후과학 입장에서 강력한 태풍이 늘어나는 원인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해양 온도를 높이는 부분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해수 표면 온도를 추적해, 1977년~2013년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주변 대양의 해수 표면 온도가 급증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에 비해 태평양 한가운데서 해수면 온도의 상승폭은 훨씬 작았죠.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태풍이 눈에 띄게 강력해진 반면, 먼 바다에서는 변화가 적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따뜻해진 물은 더 큰 에너지를 갖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바다 위에서 태풍이 형성되면, 그 태풍은 추가적인 에너지를 받아 더 큰 힘을 갖는 거죠.

이것이 왜 문제인가?

태풍이 강력해질수록 육지에 상륙했을 때 더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나무를 쓰러뜨리고, 건물을 파괴하고, 도시에 홍수를 일으키고, 산사태로 마을을 뒤덮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하죠.

그리고 열대성 저기압은 큰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일으킵니다. 1970년부터 2019년까지 아시아에서 자연재해로 거의 백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2조 달러의 경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 재앙의 절반 가까이는 홍수 때문에, 3분의 1 이상은 폭풍 때문에 일어났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IPCC가 발간한 6차 평가 보고서는 최악의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물리적 관점에서 여전히 가능한 목표라고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넷 제로, 아니 그 이상의 탄소감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그렇습니다.

기후변화가 무엇인지 알고, 기후변화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각국 지도자들은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화석연료를 신속히, 대규모로 감축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합니다. 늦어도 2030년까지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지만 기후위기가 초래하게 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말과 약속을 지키게 해야 합니다. 강력하고,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고, 가시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이 같은 감축을 실행해야 합니다. 바로 지금요.

2030년은 전면적으로 폭주하는 기후위기를 멈춰야만 하는 마지막 시한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지도자들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그것이 더 강하고 공정한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길입니다.

세계가 전면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에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겁니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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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청소년 기후운동가 및 학생들이 기후파업을 조직했다. 백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기후파업에 참여했다.

마무리하며

이 블로그는 딱딱한 과학 논문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 기후가 겪고 있는 일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이 블로그를 쓰는 동안 태풍 힌남노는 한반도를 강타했었죠. 초강력 등급의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과 경주 등 남부지역에는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피해가 속출했고 이 지역 제철소가 물에 잠겨 공장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제주에서는 만여 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습니다. 많은 지역의 하천과 저수지는 범람과 붕괴 위험으로 주민 대피령이 잇따랐습니다.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각국 정부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담대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진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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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영국 글라스고 COP26 회의에 맞춰 글로벌 액션 데이에 참석한 자원활동가들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보다 과감한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있다.